
한국애드 대표
코로나19로 어두운 봄을 보낸 대구시민들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잠시 수면 아래로 눌러 놓고는 보다 더 개인의 위생을 철저히 하고, 보다 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모두가 별일 없기를 바라고 있다. 습하고 더운 장마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역보다 더 철저히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그 안에는 그만큼 더 큰 불안이 내재하여 있다. 전 학년의 아이들이 매일 등교를 시작한 다음부터 학부모들은 더 많은 불안을 품어야 했다. 환절기 날씨에 감기라도 걸린 듯하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 노심초사했다. 걸어서 등교하는 거리가 아니라면 아이의 등하굣길을 직접 운전해서 다녔다. 학교가 더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에게 믿어달라 했기에, 학부모 역시 내 아이와 아이 친구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확진자 발생이 확인되고도 숫자만 알렸을 뿐 어느 학교인지를 발표하지 않았다. 언론에 이미 알려진 학교 외 다른 학교에 대한 정보는 함구했다. 어쩌면 동성로 연기학원에서 확인된 일곱 명의 확진자가 어느 학교 학생이었는지 정확한 확인이 늦어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이 또한 말이 되질 않는다. 일곱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개인 신상에 관한 확인을 마쳤다는 의미이므로. 그렇다면 늦게 발표한 것이지 확인 자체가 늦은 것은 아니라면 말이다. 확인 즉시 알리는 것에 어떤 문제라도 있는 것인지, 꼭 정규 브리핑에서 발표해야만 하는 조례라도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이것은 확진자에 대한 처리와 확산에 대한 대응의 문제가 아니다. 확진자와 추가 확산에 대한 대응은 이미 지난봄의 경험 덕분에 빠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확진자에 대한 대응이 아무리 빠르다 하여도 그 과정에서 시민의 불안이 커진다면 잘한 대응이라 할 수 없다. 동성로 연기학원 확진자 발생에 대한 행정 당국과 교육 당국은 불필요한 불안을 키웠다.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지금 가장 위험한 적은 불안이다. 교육 당국과 행정 당국, 그리고 학부모가 신뢰를 바탕으로 단단하게 손잡고 헤쳐나가야 할 싸움에 학부모와의 간격을 더 넓혔으니 몇 번을 되짚어 생각해도 부적절하고 허술한 대응이었다.
코로나 19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큰 전쟁을 앞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전쟁 중인 지금의 상황에서 행정과 교육 당국은 시민의 신뢰를 무너트려선 안 된다. 빠른 행정 처리 만큼 이해 당사자와의 소통도 중요한 요즘이다. 동성로발 연기학원의 확진자 대응은 늦은 것이든 늦는 것이든 간에 이미 불신을 키웠음은 자명하다. 그 불씨를 더 키울 것인지 아니면 꺼트릴 것인지는 행정과 교육 당국 앞으로 보여줄 모습에 달렸다.
저작권자 © 대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