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락 카드’는 권영진 시장의 정치도박?
‘홍의락 카드’는 권영진 시장의 정치도박?
  • 승인 2020.07.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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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전 계명대겸임교수
권영진 대구시장이 불쑥 홍의락 민주당 재선의원을 경제부시장으로 임명했다. 명분은 ‘협치’다. 쉽게 말하면 전직 여당 의원을 내세워 국가예산을 많이 가져오겠다는 뜻이다. 이번 일을 두고 혹자는 ‘권시장 자기정치’의 백미(白眉)라는 평을 하는가 하면 홀대 받는 대구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도 한다. 권시장의 입장에서는 공항 이전, 대권 밑그림, 침체된 경제회복 등 현안이 산적해 있다. 여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도 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홍 전의원’카드가 약하다”는 생각을 하는 쪽이 의외로 많다. 그가 민주당의 핵심 인맥과 선이 닿지 않는다는 단점이 그 이유다. 그렇다고 홍부시장을 두고 민주당에서 환영 성명이 나온 것도 아니다. 어쨌든 무대는 어수선하지만 홍부시장의 취임을 축하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취임 일성을 지켜볼 작정이다.

권시장은 홍부시장 임명의 변을 “대구시의 발전을 위해서”라지만 “차라리 권시장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는 편이 더 낫지 않느냐”고 푸념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만큼 정치도박성(?)이 강하다는 표현이다. 누군들 성공적인 협치의 사례가 되어 대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기를 소망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륙도 하기 전에 토네이도가 닥쳤다. 중앙에서부터 불어야할 협치가 민주당의 잇따른 독주로 통합당이 초상집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회의석 3/5이상을 차지한 민주당은 87년 이후 33년만에 제1야당 참여 없는 단독 원(院) 구성을 했다. 군사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도 모자라 2007년 이후 관행으로 되어온 야당 몫 ‘법사위원장’을 구렁이 개구리 삼키듯 꿀꺽했다. 어디 그 뿐인가. 지난달 29일 민주당이 기어코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싹쓸이 했다. 협치’는 고사하고 민주당 중진이 과거에 한 말처럼 ‘의회독재’가 자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와중에 권시장만 고상한 ‘협치’를 내세우며 웃고 있으니 여간 어색한지 모른다. 통합당도 그렇다. 자당의 광역시장도 당과 협의 없이 맘대로 하는데 민주당만 책하기에도 머쓱한 면이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종합해 보면 아무래도 통합당만으로는 독재로 굴러가는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힘이 소진된 것 같다. 이제라도 통합당을 해체하고 야권의 헤쳐모여가 절실하다. 방전된 배터리로 자동차를 어찌 굴릴 것인가? 홍준표 전대표를 비롯한 범야권의 재편을 통한 충전이 필요하다.

‘협치’는 대통령이나 중앙당끼리 먼저 해치를 열어야 하는 과제이다. 지금처럼 민주당과 통합당이 죽기 살기로 싸운다면 ‘지방 협치’ 역시 무망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홍부시장 임명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고개를 든다. 심지어 “민주당에 발목이라도 잡힌 것은 아니냐”고 걱정을 하는 시민이 있을 정도다. 대통령도 집권여당도 ‘협치’를 아랑곳 않는데 권시장만이 민주당 전 의원 한 사람 끌어넣어 ‘협치’를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물론 홍부시장의 입장에서는 꽃놀이 패다. 마땅히 거처가 정해진 데도 없는데다 차기 대구시장을 꿈꾸는 터라 호박이 덩굴 채 굴러온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보좌관(2~3명 정도)들이 시청의 헤드쿼터(2급~5급)에 자리 잡을 전망이다. 문제는 권시장이다. ‘정치사회는 오른쪽, 경제는 좌쪽’으로 간다는 말인지 시민은 헷갈린다. 더구나 사이가 좋을 때야 화합을 할 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각자 정치노선이 다른데 마냥 웃을 수는 없지 않을까? 만약 시장과 경제부시장이 경영마인드가 달라 충돌한다면 서로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고, 그 충격은 일파만파가 될 수 있다.

경제부시장이 어떤 자리인가. 절반이 넘는 대구시 공무원의 인사권이 부여 되어 있고, 경제정책을 총괄한다. 직무 역시 법으로 규정된 것보다 종합적인 정책적 수단이 더 많다. 공무원 출신 부시장과 거물급 정치인 부시장은 사고와 행태에서 180도 다를 수 있다. 후자인 홍부시장은 실제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전결처리 할 것이고, 그 파급효과는 경제, 산업계로 확산된다. 더구나 경제분야는 재량권이 많은 게 사실이고, 부시장이 마음먹고 권한을 행사하면 위법이 아닌 이상 시장이 어떻게 할 방도가 없을 만큼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권시장은 역시 노련한 정치인답다. ‘홍의락카드’ 한 장으로 매스컴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최근 코로나19사태의 수습을 두고 불거진 ‘공무원의 재난지원금 수령 등’ 문제가 일시에 묻힌 효과도 보았다. 중요한 것은 ‘당 대 당’ 협치가 없으면 ‘지방 협치’는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권시장이 갑작스레 문재인대통령도 못하는 ‘협치’를 꺼내든데 대해 시민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타이밍도 그렇고, 현실적인 대안마저 녹녹치 않아서다. 달랑 ‘홍카드’ 한 장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에 대규모사업과 예산 폭탄을 퍼부어줄 리 만무하다. 홍부시장은 취임의 변에 구체적인 ‘협치’의 그림도 없었다. 그런데도 온 동네가 “협치, 협치”하며 배를 등에 매고 산으로 올라가는 형국이다. 권시장의 ‘시장출마’, ‘대구공항 이전’, ‘민주당 출신 경제부시장 영입’ 3대 묘수가 다 성공하면 좋으련만 “묘수가 잦으면 필패다”라는 바둑 격언도 있다. 그리고 대구시민이 예산을 많이 얻을 요량이었으면 민주당을 두고 왜 통합당 권시장을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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