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뒷산
  • 승인 2020.07.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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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오는 바람에 떠밀려
한 발자국 더 내딛는 때가 있었지
뒷산을 보면서
이제 나를 더 사랑하기로 했다

나도 내 삶을 살기로 해야 한다고
주소 없는 계곡에서도
삶의 목적이 외로워
나무와 잎들은 서로 제 몸 섞어가며
뒷산 허공을 점령했다

나무를 빠져나온 빛은 잎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제멋대로 모양대로
산기슭에서 다시 능선으로
이어지는 뒷산
너는 이산의 주인
너는 너무 작은 나를 내려다보고
보지 않아도 주지 않아도
숲 평지에서도 비탈길에서도
그래도 푸르다

◇권이부= 1962년 경북 예천 출생, 경북 외국어 대학교 졸업, 영어 전공, 문화분권으로 2019, 10, 7, 등단.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 삶과 문학, 회원.

<해설> 불빛 없는 밤, 별빛에 젖는 그리운 냄새는 바람이 가지를 흔들 때마다 가슴속 폐어(肺魚)가 된 이름을 꺼내어 보는 일이다. 수덕주의와 금욕주의를 추구하는 세상의 우울한 산책자는 비극 없는 시대의 비극의 주인공이다. 너무 아플 때는 눈물보다 헛웃음이 나온다. 하늘거리는 작은 촛불이 어쩌면 이렇게 멀리까지 비쳐 올까. 험악한 세상에서도 착한 것들은 꼭 저렇게 빛난다.

신의 영역과 달리 인간세상은 틀릴 수 있기 때문에 옳은 것들이 있다. 무엇을 고칠 수 있음은, 그것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해롭지 않는 약은 없다. 하여 틀릴 수 없는 것은 옳을 수 없다는 인식은 인간적인 것 (즉, 인간에 속한 어떤 깨달음) 이라고 여겨야 한다. 생 밑바탕에 집착과 번민이 없다면, 깨달음은 한참은 더 미루어져야 한다. 깨달은 삶이란 어찌 보면 자극 없는 삶의 기꺼운 수용과도 같다. 오히려 자극이 사라진 일상과 그 담백함은 허무에 한 발짝 더 근접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끔 잘 알고 있는 거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고, 틀리거나 바보 같아도 반드시 시도하며,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가자.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이,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지상에서 서로 챙겨주고 사랑할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알게 된다. -성군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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