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강지영 “기다렸던 대구시향과 협연, 완성도 높여 선물”
피아니스트 강지영 “기다렸던 대구시향과 협연, 완성도 높여 선물”
  • 황인옥
  • 승인 2020.07.0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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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못잖은 힘 있는 연주 정평
베토벤 협주곡 5번 ‘황제’ 선정
코로나19로 힘든 시민에 위로
“꿈의 무대, 모든 역량 쏟을 것”
재송-피아니스트강지영2
피아니스트 강지영.

피아니스트 강지영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냉탕과 온탕을 오간다. 하늘을 날 듯 쾌재를 부르다가도, 태산을 짊어진 것 같은 무거움에 젖어들기도 한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주자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대구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협연자로 낙점되고 연주회가 다가오면서 꿈을 이뤘다는 기대감과 멋진 무대를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동시에 감당하는 중이다. 대구시향과의 협연은 오는 17일 대구시향 제464회 정기연주회에서 펼쳐진다. “꿈꾸던 무대가 주어진 만큼 최선을 다해 좋은 무대를 선사하고 싶어요.”

최근 몇 년 사이의 대구시향과의 협연자의 목록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최고들로 채워졌다. 매 공연마다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팬덤까지 형성하면서 한껏 높아진 대구시향의 위상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제464회 정기연주회는 조금 다른 결로 접근했다. 순수하게 대구에서 활동하는 지역토박이 연주자인 강지영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실력 있는 지역연주자에게 기회를 주고자 하는 대구시향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인 줄리안 코바체프의 운영철학이 반영된 결과이자 지금까지 꾸준하게 좋은 무대를 선사한 강지영의 열정이 만든 결과다. “대구시향 단원들 90%가 동료선후배들이어서 부담이 크지만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각오로 연습에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 19가 아니었다면 이번 공연은 지난 5월에 관객으로 꽉 찬 객석을 앞에 두고 펼쳐졌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대구시향 공연이 올 스톱 됐다가 지난달에 비대면 공연을 연데 이어 첫 대면 공연으로 열리게 됐다. 공연은 거리두기 좌석제에 따라 객석 간 1~1.5m 간격 유지하고, 전체 좌석의 약 15~20%만 채워서 진행하게 된다.

하필 연주 인생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한껏 기대에 부푼 대구시향과의 첫 협연무대가 코로나 19로 완벽하지 못한 조건으로 연주를 펼치게 됐지만 강지영의 얼굴에는 확신이 넘쳤다. 그녀가 “코로나 19라는 불안한 상황이 연주회의 여건을 축소시켰지만 완성도는 오히려 더욱 높아질 것”임을 자신했다.

섬세함과 카리스마로 무장한 대한민국 대표 마에스트라 여자경의 지휘로 열리는 이번 협연 연주에 선사할 작품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황제’. 강지영이 대구시향으로부터 협연의뢰를 받고 선정한 작품이다. 이 곡은 전란 속에 후원자였던 귀족들이 오스트리아 빈을 탈출하고 경제적으로 궁핍해지고, 설상가상 귓병이 악화돼 청력까지 잃어가던 최악의 상황에서 작곡됐다. 불행했던 시기의 작품이라는 배경과 달리 장대한 스케일, 화려한 기교, 찬란한 색채감 등으로 피아노 협주곡의 새 장을 연 작품으로 꼽힌다. 남성 못지않은 힘 있는 연주로 정평난 강지영의 연주 색깔과 잘 맞는 곡이다.

그녀가 “대구시향으로부터 협연 의뢰를 받고 주저없이 이 곡을 선택했다”고 했다. “베토벤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밝고 힘찬 곡을 쓰며 희망을 노래했듯이, 코로나 19 장기화로 힘들어하는 대구시민들이 이 곡을 들으시고 기쁨과 희망을 가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대구시향과의 협연은 독주회 시리즈 끝에 오르는 무대여서 더욱 특별하다. 그녀는 지난 2012년부터 이어온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 공연을 펼쳐왔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지난 3월에 시리즈 마지막 공연까지 마무리 되었을 것이지만 코로나 19로 11월로 연기된 상태다. 강지영은 3월 독주회 무대를 끝내고 협연 공연으로 화려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을 가졌었다. 그야말로 희망사항이 이번에 뜻밖의 기회로 이어졌다. “기적처럼 대구시향과의 협연 기회가 찾아왔어요.”

독주와 협주은 완전히 다르다. 독주는 자기 연주 파트의 악보만 외우면 되는 반면, 협연은 오케스트라 파트까지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 강지영이 “협연은 외워야할 악보가 엄청나마는 점이 힘든 부분이”이라면서도 “힘든 반면에 깊이 있는 연주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는 매력”이라고 했다.

“독주회는 실수해도 제가 만회하면 되지만 협연무대는 시스템 속의 일원으로 놓여 지기 때문에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어요. 그래서 최악의 상황까지 시나리오를 가지고 연습에 임하고 있어요.”

강지영은 지역에서는 드물게 피아니스트로 꾸준한 연주회를 선보여왔다. 그녀는 경북대 음악학과에 입학해 1999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로 유학을 떠나 최고연주자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2006년 귀국 후 귀국연주회를 시작으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시리즈 공연까지, 총 19회의 독주회를 열었다. 그녀에게 이번 협연무대는 연주 인생에서 “변곡점이 될 것”임을 예감했다.

“이번 협연 무대를 통해 강지영이 협연에 최적화된 연주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그 점에서 대구시향과의 이번 공연은 제 연주 인생에서 또 하나의 필모그래피가 될 것 같아요.” 대구시향 제464회 정기연주회는 17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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