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캐를 만들자
부캐를 만들자
  • 승인 2020.07.0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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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부캐를 아십니까?"

부캐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식장 신부가 들고 있는 부케(bouquet)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말하려고 하는 부캐는 '부 캐릭터'의 줄임말이다. 요즘은 말을 줄여 쓰는 것이 유행이라 조금만 TV와, SNS와 거리를 두고 있으면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는 말이 많이 생겨난다. 그야말로 문맹이 따로 없다. 이제는 문맹이 글을 모른다고만 해서 문맹이 아니라 문화를 알지 못하면 문맹인 시대가 되었다.

먼저 부캐를 말하기 전, '본캐'라는 용어를 먼저 알아야 한다. '본캐'는 본래 자신의 캐릭터를 말한다. 가령 어느 유명 가수가 카페를 하나 오픈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그 사람의 본캐(본래 캐릭터)는 가수가 되고, 그의 부캐(부 캐릭터)는 카페 사장님이 된다. 영화배우가 작가라는 부캐를 가지기도 하고, 운동선수가 드라마에 출연하여 연기자라는 부캐를 가지기도 한다.

부캐는 원래의 자신의 캐릭터가 아닌 보조적인 부 캐릭터를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부캐는 유산슬을 예로 들 수 있다. 유산슬은 국민 MC 유재석의 부 캐릭터다. 한동안 대한민국을 트로트의 세계로 안내한 합정역 5번 출구를 부른 가수 유산슬. 유재석은 개그맨을 시작으로 오랜 시간 TV프로그램 MC로 활동을 했다. 그래서 국민 MC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그의 MC라는 직업이 그의 확실한 캐릭터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 그가 반짝이 옷을 입고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했다. 물론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라 PD의 계획이었지만 이제 그는 당당한 한 명의 트로트 가수가 된 것이다. 그렇게 그는 확실히 자신의 부캐를 만들었다.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비, 이효리'와 함께 90년대 감성의 복고풍 노래로 활동하려고 혼성그룹'싹스리'의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싹스리 멤버 역시 모두 자신의 부캐를 만들어 열심히 활동 중이다.

또 다른 성공적인 부캐의 예로는 둘째 이모 '김다비'가 있다. 김다비는 개그우먼 김신영의 부캐다. 자신의 실제 둘째 이모를 모티브로 해서 캐릭터가 완성된 1945년생의 김다비는 특히 '주라 주라'라는 노래로 나이 든 사람부터, 젊은 세대에까지 인기를 얻으며 방송가를 종횡무진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본인도 부캐가 있다. 나의 본 캐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외부 강의를 주로 하는 강사다. 그리고 나의 부캐 중 하나로 작가라는 직업이 있다. 칼럼을 쓰고, 책을 출간하는 등의 일이 나의 부캐가 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의 부캐는 늘 글의 소재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좋은 글감을 잘 찾아야 하고, 그리고 찾은 글감을 씨앗으로 하여 생각의 밭에서 키워나가야 한다. 어떤 것은 바로 심고 바로 수확하는 글도 있지만 대부분의 글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씩 걸리는 작업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생각, 경험을 놓치지 않고 글 소재로 삼아야 하는 일이다 보니 나의 부캐 작가 김순호는 늘 고심하는 사람이다.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통기타 가수도 나의 부캐이며 버려진 나무들을 살려내서 이것저것 만들어내는 목수도 나의 부캐다. 요즘은 농부라는 부캐도 하나 더 생겼다. 이 모두가 또 다른 나의 자아다.

본캐는 오랜 시간 나와 함께한 역할이라서 쉽게 바꿀 수 없다.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을 바꿀 수 없고, 나의 직업도 쉽사리 바꿀 수 없다. 나의 성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부캐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무료하고 지친 우리 삶에 해방구 혹은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 부캐를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도 부캐를 한번 만들어 보자. 부캐를 통해 자신 안에 잠자고 있는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살아 숨 쉬게 해보자.

여행이 다른 세상을 경험함으로 우리에게 삶의 안식과 새로운 활력을 주듯이, 부캐도 마찬가지로 여행과 같은 효과를 낸다. 겁내지 말고 부캐를 만들어 본캐에서 부캐로 여행을 한번 떠나보자. 분명 즐거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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