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탕나무 과(科)의 먼나무 - 세상살이 이렇게 물려도 되는가
감탕나무 과(科)의 먼나무 - 세상살이 이렇게 물려도 되는가
  • 승인 2020.07.0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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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자신의 후손을 많이 남기고자 겨울에도 빨강 열매를 조롱조롱 매달아 새에게 열매를 많이 베푸는 먼나무는 감탕나무 과(科)에 속하는 나무입니다. 그래서 감탕나무와 성질이 아주 비슷합니다. 잎도 열매도 비슷합니다. 다만 잎자루의 길이만 먼나무가 더 깁니다. 그래서 먼나무를 ‘좀감탕나무’라고 한다고 합니다. ‘좀’에는 ‘작다’, ‘어리다’의 뜻이 들어있지만 여기에서는 ‘비슷하면서도 어딘가 다르다’는 뜻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감탕나무에서 ‘감탕(甘湯)’이 무엇인지를 알아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전(辭典)에는 ‘감(甘)’의 뜻으로 ‘달다, 맛이 있다, 상쾌하다, 즐기며 지칠 줄을 모르다’ 등을 말하고, ‘탕(湯)’은 ‘넘어지다, 쓰러지다, 흔들다, 지나가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를 합쳐 ‘감탕’이라고 하면 ‘엿을 곤 솥을 가셔 낸 단물, 단맛이 나는 국물이나 액체’ 등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아교와 송진을 끓여서 만든 찐득한 액체를 ‘감탕’이라고도 하는 만큼 나무에서 찾아낸 접착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나무에서 끈끈이로 쓰였던 ‘감탕’을 얻을 수 있다 하여 감탕나무란 이름이 붙여졌던 것입니다. 감탕나무를 ‘점목’이라고 한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접착제의 원료로 쓰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감탕은 일본인들이 주로 새를 잡는 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5~6월경 수액(樹液) 이동이 한창 활발할 때, 감탕나무나 먼나무의 껍질을 벗겨 가을까지 물속에 담가두면, 필요 없는 겉껍질은 분리되고 점액물질이 포함된 속껍질만 남는데, 이것을 절구로 찧은 다음 물로 3~4회 반복하여 씻어내면 황갈색의 끈적끈적한 접착제가 된다고 합니다.

이를 나뭇가지에 두껍게 바른 다음 그 위에 곡식 낟알을 뿌려두면 새가 앉았다가 발목을 빼내지 못하여 그만 사람에게 붙잡히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감탕을 ‘도리모찌’, 즉 ‘새떡’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감탕나무의 일본 이름은 ‘새떡나무’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접두어 ‘새’가 빠지고 그냥 ‘떡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에도시대(1603~1867)에는 이 감탕을 통에 담아 시장에 내다팔기도 할 만큼 흔했다고 합니다.

새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모이를 먹으려 왔다가 감탕에 빠져 서서히 발목을 움직일 수 없게 되고, 퍼덕거리다가 결국 날개에까지 점액이 묻어서 꼼짝없게 되었을 때에 새들의 심정은 어떠할까요? 아마도 새들은 지옥이 따로 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참으로 잔인한 방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들은 죽어가면서 불가항력의 찐득찐득한 감탕을 쳐 바른 사람들을 저주했을 것이 분명해보입니다.

한편 감탕나무는 겨울에도 새들의 눈에 잘 띄도록 붉은 열매를 매달아 기다려 주었고, 또 새의 입 크기에 맞추어 열매의 크기도 조절해왔는데, 사람들이 이 나무에서 뽑아낸 감탕을 다른 나무도 아닌 자기 줄기에 쳐 발라 믿고 찾아온 새를 잡아, 자신의 씨앗이 널리 퍼지지 못하게 하였으니 감탕나무 또한 사람을 원망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스라엘에서는 ‘코셔(kosher)’라는 생명 존중 사상을 매우 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어미가 되는 닭고기와 자식에 해당되는 달걀 요리를 함께 식탁에 올리지 않는 것입니다. 어미와 자식을 함께 먹지 않는다는 탈무드의 가르침에 따른 것입니다. 이들은 부정한 음식은 영혼을 더럽힌다고 보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해 우리는 어떠한 지 한번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곰의 쓸개에 호스를 박아 쓸개즙을 빨아내는 야만적인 행동도 이루어진 바가 있었습니다. 닭이나 소를 좁은 공간에 가두어놓고 꼼짝도 못하게 하면서 살만 찌게 하거나 알만 낳게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학대로 이루어진 먹을거리가 과연 온당한 지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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