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안 된다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안 된다
  • 승인 2020.07.1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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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여비서 성폭행으로 복역 중이며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물러났다. 여기에다 서울 시장까지 성추행으로 피소된 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박 시장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를 색출해 응징하겠다는 글이다. 박 시장의 일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딴지일보’에는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전 비서인 A씨를 찾아내 응징하겠다는 글이 수도 없이 올랐다 한다. 서울 시청에 공개돼 있는 열람 가능한 자료를 뒤져서라도 고소 여성을 찾아 보복하겠다는 내용들이다. 이런 글이 게시판에 올라온 지 불고 두어 시간 만에 추천 글이 400개나 됐고 댓글도 100여건이 달렸다 한다. 어떻게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응징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 설립자이며 ‘성희롱 = 유죄’라는 법정 판결을 처음으로 이끌어낸 변호사였다. 1993년 그는 ‘서울대 우조교 사건’을 무료 변론해 국내 최초로 ‘직장 내 성희롱 소송’을 승소하도록 이끌었다. 그는 성희롱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런 공로로 1998년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했다. 시장 때도 성 평등 정책에 힘써왔다. 이런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이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지는데 대해서도 이를 반대하는 청와대 청원이 12시간 만에 근 30만건이나 됐다 한다. 일부 시민들은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면서도 “성추행으로 피소된 인물의 장례를 왜 세금으로 치르느냐”고 비판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장으로 치러 그를 마치 희생자인 것처럼 미화했으니 피해자는 무엇이 되느냐는 합리적인 비판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사회에서는 도덕적 기준이나 윤리적 잣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선악이나 잘, 잘못을 떠나 자기 진영이라면 무조건 잘못이 없다며 편을 들고 본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나 윤미향 전 정의연 대표 같은 경우도 그렇다. 열심히 해서 성공하겠다는 젊은이들의 꿈도 허물어지고 있다. 어떤 나라가 도덕적으로 무너지는 것은 일시적인 경제침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일이다.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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