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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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1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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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때가 되면 변할 것이다. 믿음을 갖고 기다려서 그런 때가 오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홍희는 아이들이 언젠가 분명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자기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을 믿기로 했다. 아이들과 마주칠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생활에 집중했다.

아들의 방은 물건이 많이 없다. 책상, 의자, 책장, 옷장, 침대가 있다. 책상과 책장 위에는 충분히 책을 넣을 공간이 있고, 옷장에는 옷을 넣을 공간이 있다. 이불은 침대 위에 가지런히 정리해 둘 수 있어 방을 깨끗하게 사용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아들의 방은 늘 어지럽다. 옷을 벗으면 벗은 그 자리에 둔다. 바닥에 바지와 티셔츠가 널브러져 있다. 양말은 책상 위에 올려 둔다. 한 개도 아니고 여러 개 쌓여있다. 음료수 컵을 들고 들어가면 가지고 나오지를 않는다. 컵도 책상 위에 여러 개가 놓여있다. 과자를 먹고 난 비닐봉지는 뜯겨진 채 그대로 있다. 부스러기도 남아 있다. 습기를 조절한다고 수건에 물을 적셔 바닥에 펼쳐 놓았다.

아들 방을 열면 한마디로 난장판이다. 홍희는 주말에 청소를 할 때마다 아들 방을 보면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깨끗하게 정리를 해 주어도 며칠만 지나면 쓰레기장 같은 아들의 방이 싫다. 정리정돈을 하고, 버릴 것은 버리라고 수없이 얘기했지만 아들은 알았다고 대답만 하고 아들방의 변화는 없었다. 말을 해도 변화가 없는데 계속 말을 하면 홍희 입만 아플 것 같았다. 남편도 계속 잔소리를 해대었지만 마찬가지다. 홍희는 아들의 방을 말없이 계속 청소를 할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 청소할 때까지 그대로 둘 것인가 생각을 해 보았다. 매번 바닥을 치우고 책상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버리는 것이 귀찮기도 했고, 계속 엄마나 아빠가 정리해주면 으레 그러겠지 하고 자신이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이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아들 방이 지저분한 것을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을 기르며 아들 방에 손을 대지 않기로 결심했다. 남편에게도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토요일날 청소를 할 때마다 방문을 열어보고 바닥에 옷이 팽개쳐져 있으면 조용히 문을 닫았다. 2번의 토요일을 그러했는데 남편은 참을성이 적었다. 홍희가 없는 사이 아들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청소를 했다. 청소를 한 방은 홍희를 기분 좋게 만들엇다. 그러나 곧 그 방은 남편이 괜히 청소를 했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이틀이 지나자 다시 난장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마치 아들의 정신세계인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이 들었지만,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깨닫고 변화하길 기다리기로 했다. 밖에 나갔다가 돌아와서 방안에 들어설 때 자신의 방을 보고 '왜 이리 지저분할까, 더럽다'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아들의 방은 홍희의 청소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아들의 방문은 아예 열지 않았다. 빨래를 개서 갔다놓을 때도 문을 조금 열고 방문 앞에 두었다. 헝클어진 옷장안을 보기 싫었다.아들 방을 보지 않으니 아들에게 잔소리를 할 일도 없었고, 아들을 볼 때 기분 나쁠 일도 없었다.

그렇게 1개월쯤 지났을 때다. 아들이 금요일 밤에 홍희에게 말을 했다. 토요일날 청소할 때 자기방을 청소해달라고 말이다. 홍희는 놀랐다. 자신의 예상보다 빨리 아들이 그 말을 했기 때문이다. 홍희는 니 방이 정리정돈이 되어 있지 않으면 청소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 아들은 방 정리는 했으니 청소기로 밀고, 물걸레질도 해주기를 원했다. 귀가 번쩍 뜨였다. 아들 방문을 여니 바닥은 깨끗했다. 책상 위는 조금 어지럽긴 해도 양말과 쥬스 컵은 없었다. 옷 입는 스타일도 바뀌었다. 예전에 아빠가 사주었던 티셔츠를 입지 않더니 스스로 그 옷을 입고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홍희가 보기에 머리가 아직 길지 않은데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했다.

아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단지 외모상에 변화 뿐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가짐에 변화가 밖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자신감과 더욱 잘 해보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 눈에도 보였다. 스스로 자신의 변화에 만족하는 것 같다. 홍희는 기다리길 잘 한 것 같다. 부디 그 결심이 오래 갈 수 있도록,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도록 아들을 지지하고 격려해야겠다. 올 해 좋은 결말을 이루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맘 속으로 아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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