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색·선·면으로 자연을 읽다…갤러리 인 슈바빙, 이지혜展
담백한 색·선·면으로 자연을 읽다…갤러리 인 슈바빙, 이지혜展
  • 황인옥
  • 승인 2020.07.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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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산’으로 시선 이동
대주제 유지하되 소주제 변화
색상 여러 번 올려 깊이 확보
살아있는 아름다운 생명 전달
이지혜작
이지혜 작.

작가 이지혜의 작업 세계를 시기별로 따라가면 작품이 곧 자서전이라는 생각이 짙어진다. 거듭된 작업의 변화 시기와 삶의 전환기가 대개 일치하기 때문. 준엄한 사회비판이나 통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는 등의 사회참여적인 작업을 지향했다면 도달할 수 없는 귀결이다. 그녀는 소소한 일상을 뿌리에 두고 작업에 임해 왔다. “자녀들을 키우던 시기에는 그림에도 다양한 형상들이 어우러졌다가, 아이들이 둥지를 떠나면서 형상도 단촐해 졌어요.”

장르는 회화다. 색과 선과 면으로 형상을 구축한다. 색과 형상 중 하나를 고르라면 색을 선택할 만큼 색이 먼저 눈길을 휘어잡는다. 대학 재학 시기에 대세였던 단색화 계열의 작업을 하며 큰 상도 받았지만 억지춘양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색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내면에서 분출하는 갈망이 ‘색’이었던 것. “제 내면에 색에 대한 열망이 컸는데 색을 쓰지 않으니 갈등이 있었죠.”

색에 대한 집중은 주제 중심적인 태도보다 형상 중심의 태도로부터 왔다. 작가는 스토리가 색이나 조형성을 침범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그림의 시작은 일상에서 느낀 작은 단상으로 시작되지만 막상 작업이 흘러가면 그림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몸을 내맡긴다. 보통은 작가가 작품의 전반을 제어하고자 하는 주제자의 경향이 강하지만 이지혜는 주제자와 관람자의 시선을 동시에 견지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시선으로만 작업을 끌고 가지 않기 때문에 스토리 중심이 되기는 어려워요. 자연스럽게 조형성을 통해 개괄적인 주제만 살짝 드러낼 수밖에 없죠.

색과 선과 면이 만나 형상을 구축하고, 주제가 명료해진다. 이때 주제는 자연이다. 작업 초기에는 가족을 화폭에 담기도 했지만 자녀의 성장으로 자연스럽게 자연으로 옮아왔다. 주로 선택되는 소재는 나무나 연못, 물고기, 산, 꽃 등이다.

작업 초기에는 이들 자연들이 하나의 화폭에서 만나 달달한 세상을 만들었다. 관계성이었다 나무 아래 연못에서 물고기가 유영하고, 하늘에는 구름이 두둥실 떠가며 소재들이 하나의 화폭 속에서 어우려졌다. 그야말로 “모아 놓으니 좋았다”였다. 작가가 “일찍부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가치를 소중히 여겼어요. 관계에서 ‘합(合)’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거죠.”

최근 2~3년 사이에 관계성에 균열이 발견된다. 관계중심에서 독자노선으로 선회한 것. 다양한 생명들이 서로 어우러져 체온을 나누던 구성에서 벗어나 나무 한 그루나 꽃 한 송이로 개체화했다. 그녀를 둘러싼 복잡한 관계들이 중년이 되면서 단촐해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최근에 개막한 갤러리 인 슈바빙 개인전에는 ‘산’ 형상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미시적인 입장에서 포괄적인 입장으로 자연에 대한 시선이 변화한 결과다. “‘자연’이라는 대주제는 변함없이 가져가지만 소주제는 미시에서 거시로, 관계적에서 개별적으로 변화를 거듭해 가고 있어요.”

또 다른 변화는 색이다. 색이 깊어지고 화려해졌다. 두텁게 중첩된 이전 작품들과 달리 얇은색 층을 최소 7~8번을 올린 결과다. 그런 과정에서 색이 흘러내리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선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의외성의 확보다. 작가는 “완전하게 통제되진 않는 상황을 즐기는 편”이다. “주제나 형상은 있지만 비의도성의 개입으로 구상이나 완전한 추상으로 구분 짓기가 애매해 지죠.”

전시 제목이 ‘Beautiful Life’다. 라이프가 가지는 ‘삶’이라는 의미와 ‘생명’이라는 의미에 착안한 제목. 그녀가 “살아있는 아름다운 생명이라는 의미로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갤러리 인 슈바빙이라는 전시공간에 대한 만족감이 개입되어 있다.

“지난해 이 공간에서 전시를 했는데 제 작품과 너무 잘 맞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해석해서 전시를 꾸몄어요.” 이에 따라 탁트인 미니멀한 공간과 대비되는 섬세한 판화작품 몇 점도 함께 걸었다. 전시는 25일까지. 053-257-1728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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