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이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신천지 신도 500명 혈장 공여
“작은 일이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신천지 신도 500명 혈장 공여
  • 조재천
  • 승인 2020.07.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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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까지 경북대병원 정문서
1인 채혈에 40분 가량 소요
65세 이상 불가, 아쉬움 토로
치료제 생산 목적으로 활용
단기간 최대량 확보가 관건
신천지대구교회11
14일 오전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정문 인근에 마련된 채혈 버스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된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가 혈장 공여를 위해 채혈하고 있다. 조재천기자

14일 오전 9시 대구 중구 삼덕동 경북대병원 본관 앞. 이슬비가 닿은 천막 아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된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십수 명이 자신의 혈장 공여를 위해 접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혈장 헌혈은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지원한 채혈 버스 3대에서 각각 이뤄졌다. 이 버스는 혈액에서 혈장만 뽑아내는 특수 시설을 갖췄다고 한다. 국내에 딱 3대 있는 버스가 혈장 공여를 신청한 완치자 500명을 위해 모두 경북대병원으로 모였다.

병원 본관에서 접수를 마친 이들은 하나둘 채혈 버스에 올랐다. 병원 관계자는 버스 3대 중 2대는 6명, 나머지 1대에서는 4명을 동시에 채혈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명을 채혈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다. 버스에 오른 사람들은 저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2월 21일 확진됐다는 한 신도는 병원에서 20일 정도 치료를 받은 뒤 나았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로 대구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기저 질환이 있거나 연세가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많이 돌아가실 줄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혈장 공여가 작은 일이지만 치료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도는 연령 제한에 걸려 끝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신도는 “올해 66살인데, 65살이 넘으면 혈장 공여를 할 수 없단다. 최근 3년 안에 헌혈한 적이 있으면 나이가 많아도 가능하다는데, 안타깝지만 난 한 적이 없다”며 “내 피가 치료제로 쓰여서 사람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기분으로 왔는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아쉽다”고 했다.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코로나’ 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말이 있다.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으로 ‘신천지’라는 단어는 국민 다수에게 깊이 각인됐다. 감염 확산의 중심에 선 이들에 대한 공분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자정 기준 지역 누적 확진자 수 6천927명 가운데 신천지 교회 신도만 4천265명(61.6%)에 달한다.

앞서 신천지 교회 측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완치된 신도들의 혈장을 공여하겠다고 밝히고 지난달 초부터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왔다. 혈장 치료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은다. 이른 시간 안에 최대량을 확보하는 게 관건인 상황에서 신천지 교회 신도 500명이 혈장 공여에 참여하기로 했다.

완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 항체가 있다. 이를 추출하면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어 그동안 보건 당국이 혈장 공여를 독려해 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속적으로 많은 혈장이 확보돼야 유효한 항체 등을 수집해서 혈장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고 했다.

신천지 교회 신도의 혈장 공여는 17일까지 이어진다. 혈장 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는 기존에 확보한 혈장으로 이달 중 임상 시험을 위한 시약 생산을 시작하고, 신천지 교회 신도가 공여한 혈장은 본 치료제 생산을 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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