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공개적인 추모
자살에 대한 공개적인 추모
  • 승인 2020.07.1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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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객원논설위원
최근 한 유력 정치인의 죽음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까지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는 시민운동가이면서 인권변호사로의 명성을 바탕으로, 2011년 보궐선거에서 우리나라 수도(首都)인 서울특별시장으로 당선된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함으로써 역대 최장수 시장이 되었으며, 차기 대선에 있어 여권의 잠룡으로 거론되는 앞길이 유망한 정치인이었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까지 알려진 것이라고는 누구보다 젠더 감성이 풍부하다고 알려진 그가, 표리부동(表裏不同)하게도 지난 4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을 보좌하는 여비서에 대해 성추행을 하였다는 이유로 형사고소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한 비난이 두려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뿐이다. 진실은 조마간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따라서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진실게임이 아니다. 필자는 그가 서울 시정에 나름 많은 치적을 남겼다 하더라도, 사고사(死)나 병사(死)가 아닌,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는 자살이라는 시민들이 전혀 공감할 수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다는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서울 시민들의 세금으로 서울특별시장(葬)을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재직 중 사망한 그의 장례는 정부의전편람에 따른 기관장(葬)인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고, 아들의 귀국 때문에 5일장(葬)으로 한다고 발표하였다. 발표 또한 서울시청 당국자가 아닌 장례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이라고 하는 여당의 국회의원이 하는 것 또한 모양새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장례절차가 발표되자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보아야 하나요?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는 서울특별시장(葬)을 반대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왔고, 하루만에 36만 명 이상이 동의하였으며, 장례가 끝난 지난 14일에는 60만 명 가까이가 동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는 해당 지역의 주민을 대표하며 지역주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임기 동안 그에게 주어진 사명이자 책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선출해준 유권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사회적으로 죄악시되고 있는 ‘자살’이라는 행위를 통해 유권자들이 그에게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방기한 행위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직무유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직자에 대해 가족장(葬)이 아닌 기관장(葬)으로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논의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듯이 1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자살자의 공개 추모행사 금지법’이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이 청원에서 청원인은 “유력 정치인이나 연예인들이 자신들의 잘잘못을 떠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잘못을 가리거나 억울함을 해소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면서 마치 억울하면 자살을 함으로써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모습을 국민과 자라나는 아동 청소년들의 뇌리에 심어주어서는 안되며, 특히 유력한 정치인들의 자살은 자기 손으로 뽑은 시민들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주기 때문에 여파가 매우 크다”고 주장하면서, 정부는 자살자에 대한 공개 추모행사가 국가와 미래에 끼치는 영향력을 세심하게 살펴 다시는 자살자가 영웅시되거나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자살자에 대한 공개 추모행사를 금지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필자 또한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이다. 현재 OECD국가 중에서 부끄럽게도 우리나라가 청소년 자살률 1위이다. 청소년들의 자살 이유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등등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지만, 유명 인사들의 자살에 대한 공개적인 추모 분위기에 편승한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도 무시할 수 없다. ‘자살 예방과 생명 존중 문화 확산‘은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이다.

한 교사는 반문한다. 학생들이 “자살한 사람을 저렇게 성대히 추모하면서 왜 자살은 나쁜 것이고, 해서는 안 되는지”를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유명 인사는 해도 되는데 너희는 안 된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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