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의 죽음을 둘러싼 오만과 편견
공인의 죽음을 둘러싼 오만과 편견
  • 승인 2020.07.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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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서울시장의 사망 경위와 관계없이 고인의 생전 업적을 기리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사건에 관하여 문득 드는 생각은 사람들이 자기의 오만은 자부로 치고, 자기의 편견은 만고에 길이 남을 고견으로 여기는 인간본성이 너무나 다양한 의견으로 표출된다는 점이다.

여검사의 오만과 편견 : 어느 여검사는 이 사건 고소인을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리면서 박시장이 사망하여 더 이상 수사가 불가능하므로 성폭행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방법은 고소사실에 대한 기자회견 등을 통한 여론 재판이 아니라 유족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을 통해 승소하여 그 판결문을 공개하면 된다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위 글을 보면서 느낀 점은 약 15년간 검사생활을 한 분이 어떻게 저렇게 경솔하게 고소인의 입장을 무시하고 글을 올렸는지 하는 점과 15년간 검사생활을 하다 보니 민법 및 행정법 지식이 많이 녹쓸었구나라는 점이다.

망인의 순채무가 7억원 이상이라고 알려졌으므로 유족들은 그 빚을 상속받지 않기 위하여 상속포기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고소인이 유족을 상대로 ‘성폭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여도 유족이 ‘상속포기결정문’을 받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에서는 ‘성폭행이 사실이라고 가정하여도 유족들은 망인의 채권·채무를 상속받지 않았으므로 고소인에 대한 손해배상의무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고, 고소인은 유족들을 상대로 승소할 수 없어서 소송을 포기하거나 패소판결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결국 민사소송을 제기하여도 ‘성폭행 여부’에 대하여는 전혀 확인을 받지 못한다. 현재 고소인이 소송을 제기하여 망인이 성폭행을 하였는지 및 그 손해를 배상받는 방법은 서울시를 상대로 ‘서울시 소속 공무원이었던 망인이 성폭행이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하여 고소인이 손해를 입었으니 그 손해를 서울시가 배상하라’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것이다. 결국 여검사의 글은 고소인을 조롱한 동시에 자신의 법률지식 및 소송기술이 부족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망인의 오만과 편견 : 망인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위 공직자가 범죄혐의에 연루된 경우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과 관련하여, 망인은 ‘살아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안희정의 길을 반면교사로 삼아 생명 대신 명예를 선택함으로써 자살을 통해 모든 논란을 잠재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길을 선택하였으나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 이유는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고, 사람들로 하여금 고소내용이 진실하기 때문에 목숨을 끊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하는 행동이므로 명예를 지키는데도 실패하였기 때문이다. 망인은 안희정이 살아서 투쟁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 아니라 안희정이 수년간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자제하지 못하였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안희정이 재판을 받은 그 2년 동안 계속해서 이와 같은 행위를 멈추지 않은 것에 대하여 누구도 원망할 수 없을 것이다. 망인은 자신이 인권변호사라는 점에 대한 자부심에 도취해 이와 같은 행위가 별문제 없겠지 라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였을지도 모른다.

본능에 대한 무시 : 가끔 사람들은 인간의 본능을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 이성의 힘이 본능을 충분히 컨트롤할 것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믿고 있지만 본능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이성에 의하여 성공적으로 컨트롤된 것처럼 보이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이성을 굴복시킨다(이는 성매매라는 직업이 가장 오래된 직업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는 점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 어느 변호사 왈 닥터지바고는 ‘남자가 바람피우다가 객사한 스토리’이고, 어느 재벌 오너의 이혼소송은 ‘돈 있는 남자가 바람피고 떳떳하게 외도를 공개한 스토리’이며, 이번 사건은 ‘사고 친 사람이 돈이 없어 합의에 실패한 스토리’로 간단하게 정리하였다. 인간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종족번식의 본능을 지닌 생물학적 존재임과 동시에 이성을 가지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격적인 존재라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 기회에 자신에 대한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 다들 자신을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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