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비가
유리창을 뚫고
내 마음 속 깊은 곳에 파고든다
하늘에서 내리는 빗방울은 경계선이 없어
어디든 가고 싶은 데로 갈 수 있지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사랑하는 그대 더욱 보고파
우주공간 초월하는 빗방울아
내 마음 고이 담아
사랑하는 그대에게 전해주렴
그대 그리운 날
유리창 넘어 내리는 빗방울 바라보며
나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본다
◇고경하= 1965. 11. 4. 광주 임곡 출생.2017년 상주동학문학제 상주동학농민혁명기념문집 [우리는 하나] 서사시 「해풍에 피어나는 동백꽃이여」 특별상 수여 특선등단. ‘시월문학제’ 문집. 웹진 ‘문학마실’ 평화통일공동시집 [도보다리에서 울다 웃다]. 21문학시대문인협회. 작가정신 창작시(詩) 발표, [민족작가] 1집, 2집 창작시(詩) 발표, 현재 한국작가회의대구경북지회 회원, 민족작가연합대구경북지부 운영위원
<해설> 비가 오면 멀리 희붐한 불빛들이 유리창을 뚫고 아른거린다. 홀로이거나 함께이거나 저 불빛 속에는 누군가의 숨들이 엉겨 있다. 세월의 시름을 오롯이 품은 여린 불빛이 아련하다. 물기 머금은 짐승의 눈처럼 우수 어린 창 너머엔 곡진했던 삶들의 이야기가 반추된다. 경계선이 없는 빗방울엔 누구에게도 꺼낼 보일 수 없는 비밀 하나쯤 품에 간직한 채로 자기 몫의 생을 살아 내고 있는 존재들의 실루엣이 얼비친다. 습관처럼 깊은 데로 나아가 그물을 드리우기에 앞서 민낯으로 진심의 순도를 스스로 헤아려 본다. 비 오는 날은 삶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도록 그 존재만으로도 숭고했던, 생존을 위한 반복된 행위들이 미욱한 삶이라 해도 괜찮다. 기억은 희미해져 가지만 추억은 더욱 선명해진다. 지난 인연이 아무리 대단했어도 결국 큰 줄거리에 끼지 못하는 에피소드일 뿐. 가끔 헝클어진 미움을 지새우는 멈춰진 시간으로 가서 그 기억 속에 함께 있고 싶다. 우리 서로 그 시간 속을 비워도 비워도 마음과 기억 속에 끝내 남아있다면 다시금 다가서기를. 그대 그리운 날은 유리창 넘어 내리는 빗방울의 삶이 화려하든 너절하든 먼 길 돌고 돌아 미지의 내일로 걸어가는 게 인생임을 자각한다. 밤하늘 수놓은 별들처럼 아름다웠던 그 숨결이 살며시 다시 피어나면, 아직 우리 삶은 빛바래지 않았겠지.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