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달기샘마을] 울창한 송백 아래 맑은 약수 ‘퐁퐁’ ...힐링이 따로 없네
[청송 달기샘마을] 울창한 송백 아래 맑은 약수 ‘퐁퐁’ ...힐링이 따로 없네
  • 배수경
  • 승인 2020.07.1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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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그대로 ‘靑松’
홍여방 “맑고 그윽한 고을
노을 구름 덮혀 신선세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달기샘마을에는 마을사람들이 ‘붉은 보물’로 부르는 약수가 계곡을 따라 솟아난다.탄산과 철분을 함유한 물맛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전영호기자
달기샘마을에는 마을사람들이 ‘붉은 보물’로 부르는 약수가 계곡을 따라 솟아난다.탄산과 철분을 함유한 물맛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전영호기자

 

2020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 청송 달기샘마을

청송(靑松)은 그 이름에서부터 벌써 울창한 산림으로 둘러싸인 청정함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길이 잘 닦여 전국 어디서나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닿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산길을 수백리 이상 걸어 도착할 수 있는 오지였다.

“송백은 울울창창한데 노을 구름이 멀리 덮혀 있어 맑고 그윽한 한 고을이 신선 세계 그대로이니 이 곳이 바로 청송이다”

조선 세종때 관찰사 홍여방은 청송을 이렇게 묘사했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주왕산을 위시한 청송의 비경은 신선세계라 부를 수 있을만큼 여전히 감탄스럽다. 청송은 2017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될 정도로 지질학적으로나 생태학적, 문화적 가치가 풍부한 곳이다. ‘산소카페’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그 이름에 걸맞는 청정한 환경을 자랑하는 청송군에는 ‘붉은색 보물’을 품고 있는 마을이 있다.

청송읍 부곡1·2리, 월외1·2리, 거대리 등 다섯개 마을을 아우르는 달기샘마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달기샘마을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일반 농산어촌 개발사업으로 추진한 사업지구로 2016년에는 경상북도 농촌체험·휴양마을 및 농어촌인성학교로 지정되었다. 농어촌인성학교는 청소년이 농어촌 체험활동을 통해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정된 농어촌 마을권역을 말한다.

 

경북 농촌체험 휴양마을
숙소·세미나실 등 인프라 갖춰
방문 열면 향긋한 편백향 솔솔
허니와인 만들기·꽃돌체험 등
가족단위 관광객들 알찬 시간

한옥형태로 지어진 달기샘권역센터는 5인에서 10인까지 묵을 수 있는 6개의 숙소와 세미나실, 식당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머무름에 불편이 없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향긋한 편백향이 코끝에 와닿는다.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개어놓은 이불만 봐도 얼마나 신경써서 관리하고 있는지가 느껴진다. 달기샘권역센터는 단순한 숙박시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따라 사과따기, 송이따기를 비롯 꽃돌체험, 꿀 채취, 허니와인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어 학생들이나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땅을 파서 불을 피우고 돌을 달군 뒤 물을 부어 그 수증기로 고기나 감자, 고구마 등을 구워 먹는 삼굿구이 체험도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이다.

마을이름에서 눈치챌 수 있듯 이 마을은 달기약수탕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약수는 조선 철종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낙향하여 이곳에 자리잡고 살면서 수로공사를 하던 중 바위틈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그 물을 먹었더니 트림이 나고 속이 편안해져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해마다 이곳을 찾는 이도 약 20만명에 이를 정도다.
 

마을이야기-한옥
한옥형태로 지어진 달기샘 권역센터에는 편백향 가득한 숙소외에도 세미나실과 식당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붉은색 보물’ 달기약수탕
계곡 따라 10여개 이르는 약수터
탄산·철 함유 기포 솟아올라
음력 5월 25일엔 영천제 지내

약수물은 맑고 투명하지만 약수의 성분때문에 약수탕 주변은 붉게 물들어 있다. 마을 사람들이 이 약수를 ‘붉은색 보물’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탕, 중탕, 하탕, 신탕, 옥탕, 천탕, 장수탕 등 10여 개에 이르는 약수터가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다. 탄산을 함유하고 있는 탓에 기포가 솟아올라 개울물과는 확실하게 구별이 된다. 각 약수탕마다 성분의 함량이나 맛은 조금씩 다르다. 약수원탕이라고 부르는 하탕과 상탕의 톡 쏘는 맛이 제일 강하다고 한다. 여느때같으면 물맛 한번 보기위해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었지만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때문에 다소 조용하다. 보통 약수라고 하면 힘들게 산을 오른 후에 만나는 약수터를 떠올리게 되지만 달기약수탕은 근처까지 차로 갈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도 장점이다.
 
원탕약수
탄산과 철을 함유한 달기약수탕.
 
마을이야기-약수
달기약수는 맑고 투명하지만 약수의 성분때문에 주변은 붉게 물들어 있다.

탄산과 철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약수물 한모금을 입안에 머금어보니 김 빠진 탄산수에 쇠맛이 더해진 듯 첫 맛이 묘하다. 몸에는 좋다지만 약수 특유의 맛이 싫은 사람을 위해 약수탕 옆에는 엿을 놓아둔 무인판매대가 함께 있다. 달달한 엿을 먹으며 조금이라도 더 약수를 많이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물로 지은 밥은 색깔이 파르스름하며 찰기가 돌고 백숙을 하면 닭고기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지고 고기도 연해진단다. 그런 이유로 약수탕 주변에는 약수와 한약재를 함께 넣어 푹 끓인 백숙을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특이하게도 ○○여관이라는 이름의 식당이 많이 눈에 띈다. 요즘이야 당일치기로도 전국 어디서나 왔다갈 수 있지만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던 오래전에는 위장병에 좋다는 소리에 이곳에 며칠씩 머무르며 약수를 마시며 건강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많았던 까닭이다. 지금은 물론 숙박은 하지 않고 식당 영업만 하는 곳이 많지만 예전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여관에 머물기 어려운 사람들은 이불을 짊어지고 와서 근처 계곡에서 잠을 자며 약수를 마시곤 했다고 한다. 마을의 어른들이 어릴 때는 설탕을 타 사이다처럼 마시기도 했단다.

달기약수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약수가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소리가 ‘꼬꼬꼬꼬’ 달기(‘닭이’의 사투리) 우는 소리와 같다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약수터가 위치한 곳의 옛 지명이 ‘달이 뜨는 곳’이라는 의미의 ‘달기골’이어서라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긴 하다.

해마다 음력 5월 25일이면 약수를 찾아낸 조상에 대한 감사를 담아 영천제를 지낸다.
해마다 음력 5월 25일이면 약수를 찾아낸 조상에 대한 감사를 담아 영천제를 지낸다.

 

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 양이 줄지 않고 추운 날에도 얼지 않는다. 해마다 음력 5월 25일이면 약수를 찾아낸 조상들께 감사를 드리고 약수가 끊이지 않고 솟아나기를 바람을 담아 마을 주민들이 모여 영천제를 지낸다.
올해는 전국 어느 곳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많이 줄어들었다. 퐁퐁 솟아나는 약수를 빨간 바가지에 떠서 한모금 마시는 정취 역시 사라졌다. 달기약수탕을 찾을 때는 개인컵이나 물통을 하나 갖고 가는 것이 좋다.

 
마을이야기-시설1
태행산 꽃돌생태탐방로.

마을 북쪽 태행산 자락에는 꽃돌 생태탐방로도 조성되어 있다. 청송꽃돌이라 불리는 구과상 유문암은 뜨거운 마그마가 유문암의 틈을 채우고 급격하게 식으면서 형성된 돌로 화려하고 아름답다. 지금은 더이상 꽃돌을 채굴할 수는 없지만 탐방로 중간에 있는 옛 채석장에서 국화, 해바라기, 장미 등 다양한 꽃모양을 품고 있는 암맥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탐방로를 걷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국제슬로시티 청송, 그 중에서도 달기샘마을에서 그간 도시에서 익숙했던 ‘빨리빨리’에서 벗어나 잠시 느림의 미학을 즐겨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윤성균·배수경기자

 

<우리 마을은>

“코로나 의료진은 1박 무료…쉬었다 가세요”박문길 위원장·윤맹균 사무장

마을이야기인터뷰
달기샘마을 윤맹균 사무장(왼쪽)과 박문길 위원장.

“스무살때 마을을 떠났다가 2013년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왔어요.” 윤맹균(63) 사무장은 동갑내기 아내와 함께 2013년 고향으로 돌아와 2년전부터 달기샘센터의 실무를 맡고 있다.

달기샘마을에서는 사과, 송이, 꿀, 고추 등 농사를 짓는 주민들도 있지만 많은 주민들이 달기약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분의 농어촌 마을과 마찬가지로 달기샘마을도 주민들의 고령화가 제일 큰 문제다. 몇년전부터 체험휴양마을로의 변신을 통해 숙박과 체험 등으로 다양한 수익사업을 만들기 위해 마을 토박이인 박문길(67) 위원장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

달기샘마을은 여느 농촌마을과는 달리 농업뿐 아니라 상업에 종사하는 주민의 비중도 꽤 되고 외지에서 온 주민들도 많다. 그런만큼 마을 전체의 화합이 중요하다. 그래서 마을사업으로 생긴 수익의 일부는 노인정에 기부를 하고 생강차 만들기, 꽃돌 아트 등 주민이 함께 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의 벽을 허물기 위해 노력한다. “평소같으면 이때쯤이면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있는 곳이지만 올해는 방문객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5인에서 10인까지 머무를 수 있는 숙소가 성수기에도 6만원에서 12만원선이라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편백향 솔솔 풍기는 숙소에서의 하룻밤, 한번 오신 분들은 계속 찾는 곳입니다. 게다가 7월 1일부터는 ‘전국민 기운 up 프로젝트’로 코로나와 사투를 벌인 대구 경북 의료진에게는 1박 무료의 혜택이(9월 15일까지),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도 11월 30일까지 50% 할인 혜택이 주어지니 이번 기회에 청송 달기샘마을에 한번 놀러오세요.”
 


가볼만한 곳
달기폭포
달기폭포

 

◇ 기암절벽 사이 11m 물줄기...달기폭포

달기약수탕에서 월외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달기폭포는 높이 11m의 기암절벽 사이로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인상적이다. 가을이면 폭포로 향하는 양쪽 산의 단풍이 아름답다. 폭포아래 소는 명주꾸리를 다 풀어도 바닥에 닿지 않을만큼 깊다고 알려져있다. 달기약수터에서 달기폭포까지 5km에 이르는 외씨버선길을 호젓하게 걸어보는 것도 좋다.

마을이야기가볼만한곳
송소고택 

◇‘만석의 부’ 심호택 조상 본거지...송소고택

조선시대 영조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세손 송소 심호택이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으로 옮겨오며 지었다고 전해지는 송소고택은 달기샘 마을에서 10분거리에 있다. 민가로서는 최대규모인 99칸으로 ㅁ자형태의 대문채, 사랑채, 작은사랑채, 안채, 별채가 있다. 이곳에서 고택체험을 통해 전통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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