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고객들의 셈법: 곱셈의 법칙
[박명호 경영칼럼] 고객들의 셈법: 곱셈의 법칙
  • 승인 2020.07.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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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경제성장률, 무역수지, 취업률, 출산율, 국정수행지지도, 국가인권지수 등은 국민 모두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국가건강도의 지표들이다. 요즈음은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매일 확인한다. 개인적으로는 월 평균소득액, 예금통장잔고, 신용카드를 비롯한 각종 비밀번호, 가족 구성원의 기념일이 긴요하다. 주식시장의 지수들이나 부동산 관련 세율도 중요하다. 이 모든 것들은 숫자로 표시된다. 그래서 우리네 삶이란 숫자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숫자는 크고 작음에 따라 의미를 지니지만, 비밀번호나 차량번호와 같은 숫자들은 단지 식별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특정 숫자가 상징적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숫자의 상징성을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한 민족은 아마도 히브리인들일 것이다. 이들은 1에서 시작하여 144,000 이내에 있는 몇몇 숫자들에 고유하고 함축적인 뜻을 부여했다. 예컨대 7은 완전수며, 12는 신적권위나 하나님을 나타낸다는 식이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7이란 숫자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중국인들은 돈(O)의 모양을 겹친 8자와 장수를 뜻하는 9를 좋아한다. 한국 사람들도 7을 좋아하지만,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3을 선호하고 4를 꺼린다.

마케팅에도 숫자가 많이 활용된다. 숫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또 어떤 숫자는 쉽게 기억할 수 있어 상품을 판매하는데 큰 효력을 발휘한다. 소위 숫자마케팅이다. 우리나라에서 숫자마케팅의 첫 시도는 아마도 삼천리자전거일 것이다. 최초의 국산자전거로써 숫자 3000을 써서 ‘삼천리 방방곡곡’ 모든 길 위를 달린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 주었다. 이처럼 숫자마케팅은 숫자를 통해 소비자의 주의나 호감, 또는 착시를 이끌어내 매출을 올리려는 방식이다. 가격을 29,900원 등과 같이 설정해서 소비자의 주머니가 쉬이 열리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1983년부터 시작된 빼빼로데이(11월11일)는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 모양처럼 날씬해지자는 뜻을 담은 선물 이벤트에서 착안한 제과회사의 상술이다. 11번가도 매월 11일을 ‘11번가데이’로 지정하여 대대적인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쟁사인 위메프가 ‘11데이’라는 이름으로 할인행사를 하여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도미노피자의 수신자 부담 전화번호는 1577-3082다. 어떤 주문도 30분 이내에 빨리(82) 배달하겠다는 회사의 차별화 정책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이처럼 숫자마케팅은 고객들에게 단시간에 인지도와 호기심을 높이고 상품의 컨셉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숫자가 곧 마케팅은 아니다. 고객들에게 숫자로 전달하고자하는 상품의 정체성이 갖춰져야 하고 차별적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실행되어야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고객만족이 목표며, 고객과의 장기적이고 진정성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해 나가는 일이다. 따라서 다양한 성향의 고객에게 최상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그 결과는 제품만족도나 기업이미지에 대한 고객의 평가로 나타난다.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란 개념이 있다. 소비자가 서비스 제공자와 접촉하는 극히 짧은 여러 순간들이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와 기업에 대한 만족과 평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MOT를 ‘결정적 순간’이라고도 부른다. 스웨덴의 마케팅 전문가인 리처드 노만이 처음 사용했고, 스칸디나비아항공(SAS)의 얀 칼슨 사장이 1987년 동명의 책을 펴내면서 널리 알려졌다. 여기서 최종만족도가 개별 MOT의 산술 평균 즉 덧셈의 법칙에 따르지 않고, 기하 평균 즉 곱셈의 법칙에 따라 평가된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예로 열한 번의 접점(MOT)에서 열 번은 100점이지만 단 한번이 0점으로 평가되면 만족도는 0점이 된다. 열 번 잘해도 한 번 잘 못하면 끝이라는 뜻이다.

제품만족도를 비롯하여 고객애호도, 고객충성도, 기업이미지 등은 본질상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개념들이다. 소비자들은 늘 의지하고 신뢰할 가이드로서의 마케터를 찾는다. 따라서 숫자보다 마케터의 인간다운 기술과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의사소통능력, 경청과 공감능력, 문제해결능력, 협업능력과 함께 무엇보다도 고객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필수적이다.

‘내가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이 있다. 이 잣대는 매우 주관적이어서 다양한 고객들을 대하는 기준으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밀턴 베넷은 1979년 ‘황금률을 넘어서’라는 논문에서 ‘상대방이 받고자하는 대접을 예측하여 제공하라’는 백금률(platinum rule)을 제안하였다. 황금률이든 백금률이든, 마케터가 고객의 마음을 얻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 기회가 있다”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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