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하나의 머릿속, 두 개의 시스템
[재테크칼럼]하나의 머릿속, 두 개의 시스템
  • 김주오
  • 승인 2020.07.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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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일
하이투자증권 침산지점 과장


대니얼 카너먼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심리학자다. 그는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을 통해 인간의 정신작용을 하나의 머릿속에 있는 두 개의 시스템으로 묘사했다. ‘시스템1’은 빠르게 생각하고 직관적이며 ‘시스템2’는 느리게 생각하고 고심한다. 둘은 효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지만 특정한 상황에서는 반복되는 오류를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실수가 일어날 법한 상황을 인지하는 연습을 하고 심각한 실수가 일어날 확률이 높은 경우를 피하려 노력한다면 우리 뇌가 저지르는 판단 실수를 줄일 수 있다. 투자자에게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장기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때 우리는 ‘어림짐작’에 기댄다. 많은 것을 한꺼번에 생각해야 하는 통계적 사고에 약하기 때문이다. 이 때 우리가 예상하는 사건의 빈도는 눈에 보이는 메시지가 얼마나 널리 퍼져있고 또 얼마나 감정을 자극하는가에 따라 왜곡된다. 현실에서는 운이 좋아 높은 성과를 낸 사람이 과도하게 위험을 떠안았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성공을 예견하는 타고난 재주와 혜안을 가졌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능력은 과대평가하고 행운은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통계적으로 사고하기 어려운 탓에 어림짐작으로 편향된 결론을 내리고 더불어 자기 능력을 과신하는 우리 태도는 투자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

카너먼은 두 시스템에 이어 두 경제주체인 ‘이콘’과 ‘인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그의 전망이론에 따르면 우리 뇌는 나쁜 소식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설계되었는데, 손실회피 성향은 투자 결정을 내릴 때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일관적이고 논리적인’ 이콘과 달리 인간은 손실에 대한 반응을 같은 금액의 이익에 대한 반응보다 두 배나 크게 느낀다. 따라서 시장을 주시하며 개별종목의 등락에 반응하는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다. 대신 ‘위험관리 원칙’을 만들어 일관성 있게 적용해야 계좌 전체로 평가할 때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직관적으로 끌리는 선택을 하는 것은 당장 마음은 편할지 모르나 계좌에는 불편한 결과를 낳는다.

두 시스템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두 경제주체를 거쳐 두 자아로 끝을 맺는다. 두 자아는 실제로 살아가는 ‘경험하는 자아’와 지나간 삶을 기록하고 선택하는 ‘기억하는 자아’를 말한다. 시스템이1이 좌우하는 기억은 지속시간을 무시하고 고통이나 쾌락이 가장 강렬했던 순간과 마지막 순간의 느낌을 대표로 기억하도록 진화했다. 결정은 기억에서 비롯되는데, 그 기억이 엉터리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속시간 무시가 정점과 종점 원칙과 합쳐지면 오랜 기간 적당히 행복한 것보다 단기간의 격렬한 쾌감을 선호하는 편향을 유발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단기간에 급등할 것 같은 주식을 쫓아다니는 것도 기억하는 자아가 순간의 쾌감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우리가 인간의 약점인 시스템1의 별난 성향과 시스템2의 게으름으로 피해를 입지 않게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는 개인도 마치 조직같이 행동할 필요가 있다. 투자 결정을 앞두고는 유독 천천히 생각하는 훈련을 하거나, 체크리스트를 도입해 최종 판단은 공식에 맡기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전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전문투자자처럼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다. 장기적 성공을 추구하면서 단기 성과에는 일부러 눈길을 주지 않는다면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투자 성과도 좋아질 수 있다. 자신의 결정이 과정으로도 평가받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보다 나은 선택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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