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의 성교육 필요성
지자체장의 성교육 필요성
  • 승인 2020.07.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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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전북대 초빙교수
서울시장 박원순의 성추행 자살사건은 전 국민에게 준 충격이 너무나 크다. 충남도지사 안희정의 여비서 관계도 그가 차기대선 유력주자로 손꼽혀 왔기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지만 이번 만큼은 못된다. 그것은 그가 사실관계를 시인하고 지사직 사표를 낸 후 사법처리를 받았기 때문에 한낱 해프닝으로 끝났다. 다만 사회의 지도층 인사가 매일 만나는 비서를 석연치 못한 관계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풍파가 일었고 3년 징역이라는 중형을 선고받고 속죄의 길을 걷고 있어 국민들의 뇌리에서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잊을만한데 터진 게 부산시장 오거돈 성추행이다. 하필이면 이 시점이 4·15총선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직후라 사건의 발표를 놓고 공개날짜를 선거후로 미뤘다는 야당의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사안의 진상과는 크게 연결되지 않는 것이어서 슬그머니 넘어갔다. 물론 구속은 면했지만 기소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판국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서울시장의 성추문은 가히 충격적이다. 더구나 박원순은 누구나 인정하는 페미니스트로 알려졌고 오랜 시민활동가로 명성을 날려 왔다. 나와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콩밥을 같이 먹은 기억도 새롭다. 이 사건이 터지자 많은 사람들이 놀랐지만 우선 장례부터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앞서 서울시기관장으로 무사히 장례식은 마쳤다.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과 분향소가 설치된 서울시청 앞은 그의 행실과 상관없이 많은 추모객이 모여들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이제 그는 떠났지만 지금부터는 이 사건이 남긴 후유증이 오래 남을 듯싶어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진상은 사실 그대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의가 없다.

다만 진영논리에 의해서 찬반이 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울시에서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사위원을 모두 여성단체 등에게 일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원순이 생전에 하고자했던 수없이 많은 일들을 성취하지 못하고 떠난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올가미에 스스로 묶인 탓이라고 하지만 사건의 진상이 확실하게 밝혀져 후세의 반면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사회발전 이론의 첫 대목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유교적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남존여비의 세상이었다. 이제는 여존남비의 세상이라고 아니꼬운 감정을 표현하는 남성들도 흔하지만 실제로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여성들의 권리신장은 눈부시다. 모든 가정의 경제권은 아내가 쥐고 있다는 얘기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고급 음식점의 손님이 대부분 여성들의 차지라는 것도 별로 놀랄 일이 아니다. 여성들의 진출이 가장 어려웠던 분야가 정치판이었는데 이제는 법으로 여성공천 우선원칙이 정해져 있고 장관직도 30%를 내세운 대통령 덕에 능력은 고사하고 상당수 자리를 점한다.

게다가 언제부터인지 미투 운동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면서 과거에는 숨기기에 바빴던 여성들이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일어난 것은 여권운동의 백미라고 할 것이다. 나를 던지고 찬란한 태양 앞에 우뚝 선 여성들의 궐기는 외적의 침략에 맞섰던 의병처럼, 왜놈들의 강제합방에 대항한 독립군처럼 거칠 것이 없다. 나를 죽이고 대의를 살리겠다는 용기에 모든 국민들이 감동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고위직을 차지한 거물정치인, 교수, 목사, 신부, 스님, 장성, 검사장, 고위경찰, 언론계사장, 연예기획사 사장, 스포츠 지도자 등등 우리 사회의 전 분야의 지도급 인사들이 모두 망라되었다. 문인(文人)도 예외가 아니며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사회 곳곳 어느 곳에서나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이 을들에게 가한 성적 가해는 우리 사회를 부정과 부패로 물들이는 주범역할을 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정치지도자들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빠짐없이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인격과 인성을 갖춘 지도자로 존경받는 사람의 행동거조는 자라나는 후세학생들의 본보기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에 두드러진 비행으로 부각된 ‘선출직 지자체장’ 전원을 단계적으로 성교육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광역과 기초를 막론하고 책임자를 제대로 교육시켜 불미한 꼴을 보여주지 않아야만 부하직원들도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이 문제를 쉬쉬하고 덮으려고 하는데서 악의 씨는 자라난다. 지자체장들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분노에 차있는 국민들의 눈동자를 의식한다면 스스로 성교육을 자청하여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교육이 만능은 아니지만 그만큼 효과는 있을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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