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펭귄
퍼스트 펭귄
  • 승인 2020.07.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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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퍼스트 펭귄’이라는 말이 있다. 퍼스트 펭귄은 모든 펭귄이 얼음위에서 머뭇거리며 바다에 뛰어 들기를 주저하고 있을 때 용기를 내어 처음으로 바다로 뛰어드는 펭귄을 의미한다. 펭귄들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바다 속에 무서운 바다표범과 같은 천적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펭귄은 주저 할 수밖에 없다. 바다 속으로 뛰어 들게 되면 바다표범에 의해 죽을 수도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바다에 뛰어 들지 않으면 먹이사냥을 할 수 없어서 굶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펭귄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두렵지만 바다에 뛰어 들것인지? 아니면 안전하지만 이대로 굶어 죽을 것인지?

경제학에서도 이 같은 현상을 보고 ‘펭귄효과’라는 말을 만들었다. ‘펭귄효과’란 물건 구매에 망설이던 소비자가 남들이 구매하기 시작하면 자신도 그에 자극돼 덩달아 구매를 결심하는 현상을 말한다.‘(출처-다음 백과)

‘펭귄효과’는 펭귄들이 빙산 끝에서 바다 속으로 뛰어들기를 두려워하며 머뭇거릴 때, 한 펭귄이 바다로 뛰어들면 모두 그 펭귄을 따라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서로 눈치를 보며 망설이고 있는 소비자를 펭귄으로 비유했고, 물건을 최초 구입한 사람을 바다 속으로 뛰어든 퍼스트 펭귄에 비유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낯설음은 늘 두려운 존재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하면, 늘 앞서서 제품을 구매해 줄 사람을 찾게 되는 것이다. 이 사람들을 대부분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으로 내세운다. 그렇게 소비자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것이다.

역사의 곳곳에는 이런 바다로 뛰어든 선구자적인‘퍼스트 펭귄’의 사례가 많다. 그중 높이뛰기 분야의 퍼스트 펭귄에 대해 얘기해보겠다. 지금은 모든 선수들이 뛰는 방식인 배를 하늘로 향하여 누운 듯이 장애물을 넘는‘배면뛰기’는 한 사람의 도전에서 시작되었다. 높이뛰기는 오랜 시간 동안 가위 뛰기라 부르는 ‘시저스 점프’와 웨스턴 롤(Western Roll), 스트래들(밸리 롤 오버)이라는 앞이나 옆으로 뛰는 자세가 보편적이었다. 그러다가 미국의 ‘딕 포스베리’라는 무명의 높이뛰기 선수가 처음 누워서 뛰는 배면 뛰기를 시도했고 지금은 그 자세가 보편화되었다. ‘딕 포스베리’는 원래 높이뛰기에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던 선수였다. 그러다가 하루는 배를 하늘을 향하고 누워서 장애물을 넘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자신의 이전 기록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 자세를 더 연구하여 결국은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2미터 24cm 올림픽 신기록을 달성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 그는 그 당시 무명의 선수였다. TV를 시청하던 사람들과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많은 관중은 생전 보지 못한 자세로 뛴 ‘딕 포스베리’의 자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로 그의 자세를 흉내 내는 선수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후에는 거의 99%의 선수들이 배면 뛰기를 하고 있다. 그의 그런 자세를 딕 포스베리의 이름을 따서 포스베리 플롭(Fosbury Flop)이라 이름 붙여졌다.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자세로 높이뛰기의 역사를 바꾼 그가 바로 ‘퍼스트 펭귄’이다.

변화, 도전이라는 단어가 그렇게 대단한 것만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아주 사소하고 간단한 일상생활 속의 변화를 해보는 것, 늘 해오던 방식이 아닌 유연한 자세로 새로운 방식을 취해보는 것, 이 모두가 변화고 도전이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용감히 바다로 뛰어든 펭귄만 ‘퍼스트 펭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수로 발이 미끄러져 바다로 가장 먼저 떨어진 펭귄도‘퍼스트 펭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늘 새로운 변화를 원한다. 그 변화 앞에 우리는 무리 속의 펭귄이 되어 늘 머뭇거리고만 있다. 그리고 우리는 기다린다. 먼저 바다로 뛰어들어 줄 퍼스트 펭귄을 기다린다. 퍼스트 펭귄이 대단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바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과 나, 우리가 얼마든지 세상을 바꾸는 퍼스트 펭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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