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 바치는 말랑말랑한 사랑노래
아내에 바치는 말랑말랑한 사랑노래
  • 황인옥
  • 승인 2020.07.23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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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설 김종필 시집 ‘무서운 여자’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내를 보며
애잔하고 미안한 마음 담은 헌사
일상에서 빚어진 서정성 돋보여
詩는 가슴으로 쓰되 짧고 쉽게
진솔하고 담담한 어조 삶 풀어내
아픈 이들에 위로와 희망도 건네
초설-김종필
초설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무서운 여자’를 출간하고 25일에 카페 ‘뜨락’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초설 김종필이 최근에 출간한 세 번째 시집 제목이 ‘무서운 여자’다. 그런데 표지 속 주인공은 시집 제목과 내용이 좀 다르다. 빨간 티셔츠에 하얀 우산을 쓴 뒷모습의 중년여인이 코스모스 흐드러진 꽃밭에서 걸어가고 있다.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뒤태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착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앞모습과 달리 꾸미거나 변형할 수 없어 오히려 본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뒷모습라고 한다면, 그녀는 분명 착한 여인임이 분명하다.

‘무서운 여자’라는 시집 제목과 표지 사진 속 ‘착해 보이는 여자’는 엇박자다. 왜일까? 초설이 “무서운 여자는 내 아내”라고 했다. 아내가 ‘무서운 여자’인 사연은 이랬다. 영세한 공장 노동자로 살아가는 시인의 월급은 가족을 건사하기에 빠듯했다. 그럴 때마다 아내는 무거운 현실을 감내해야 했고, 힘에 부칠 때면 남편에게 애정 어린 투정을 하고는 했다.

“아내가 가끔 현실적인 문제로 힘든 내색을 할 때면 부족한 남편이라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아내가 무서웠어요.”

여기까지면 알콩달콩 살아가는 소시민 중년부부의 현실 자화상으로 끝났을 것이다. 문제는 시인의 아내가 염증으로 인한 통증에 시달리면서 변한 것. 아내에게서 무서운 기운이 사라졌고,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시인의 가슴 한 켠이 아려왔다. 그러면서 ‘무서운 여자’라는 호칭이 ‘착한 여자’로 변했다.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병원비라도 보태야 한다”며 일을 나가는 아내의 모습을 지켜보며 초설은 아내의 건강을 간절히 염원한다. 그 간절한 아내 사랑이 표지작인 ‘무서운 여자’에 녹아있다.

그는 표제작에서 “술 마셨다고 눈 흘기지만/아침이면 콩나물 해장국과 분홍 입술 내미는 여자/먼 길을 떠나는 날에/언제 오느냐고 묻지도 않고 지갑을 채워주는 여자//(중략)//빈 통장인 줄 뻔히 알면서도/아직은 정말 괜찮다 능청스럽게 거짓말하는 여자/눈물겹도록 슬픈 날에도왜 그래요 묻기보다 어떤 식으로든 웃어주는 여자”라고 아내를 향한 애잔함 마음을 드러냈다. 말하자면 이번 시집은 아내를 향한 헌사다. 시집에는 아내를 향한 시인의 애틋한 마음이 알알이 박혀있다.

이번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는 시가 나오게 된 상황에 관한 시 △2부는 아내의 투병기와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초설의 내면에 관한 시를 묶은 아내에 대한 헌사 △3부는 일상에서 빚어지는 서정 △4부는 젊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쓴 연애시 등이다.

세 번째 시집에는 의도적으로 말랑말랑한 서정을 담았다는 것이 작가의 고백이다. “초설도 절절한 사랑시도 쓴다는 것을 보여주고, 두번째 시집에서 발표했던 무거운 노동 현장 이야기가 불편했던 독자들과의 소통을 위한 취지로 이번 시집을 서정으로 꾸리게 되었어요.”

사랑시와 일상의 서정을 담았지만 명치 끝에서 전해지는 알싸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의 무거움을 걷어내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지만 여전히 슬픈 것. ‘아픔’은 초설 김종필의 시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무릇 시란 고독과 아픔을 먹고 자란다고 하지만 유독 초설의 시는 고독하고 아프다. 그 사연은 “시는 내 자화상”이라고 한 대목에서 짐작된다.

그의 삶은 작은 바람에도 바스락거렸다. 고졸인 시인의 초종학력이 4형제 중 가장 높을 정도로 가난한 집안의 막내로 자랐다. 그의 첫 번째 시집 ‘어둔 밤에도 장승은 눕지 않는다’에 ‘미안하다고 말하게 해서 미안하고, 버릇처럼 미안하다 말을 해서 미안하다’ 읊조리며 못다한 가족사랑을 표현했다.

두 번째 시집 ‘쇳밥’에는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바닥의 노동자’로 살아가며 느끼는 분노와 그 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들로 채워졌다. 시인은 아파트 방화문 제조 공장 막노동자로 살고 있다.

표제작인 ‘쇳밥’은 쇠붙이를 깎을 때 떨어지는 잔부스러기를 의미한다. 시인은 ‘쇳밥’을 ‘밥’으로 은유하며 자신의 노동을 가감없이 시로 표현했다. “쇳밥에 실린 시를 세상은 노동시라고 했지만 저는 그 말에 동의하지는 않아요. 노동현자의 투쟁적인 구호가 아니라 제 노동을 진솔하고 담담하게 담아냈을 뿐이니까요.”

첫 시집을 내기에 한참 늦은 쉰이 넘어서 세상에 자신의 시를 내놓았지만, 시인의 면모는 이미 중학교 때부터 두드러졌다. 중학교 국어 선생이 초설의 시를 극찬했을 정도로 시심은 풍요로웠고, 시선은 날카로웠다. 그러나 문학 공부는 그의 형편에 사치였고, 그는 정식으로 시인으로 등단하지 못하고 첫 시집을 냈다. 시집이 등단한 시인들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일종의 항변처럼 보이지만 그로서는 넘치는 시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마음이 컸다.

시는 짧고 쉬워야 하고, 머리로 쓴 시는 감동을 주기 어렵다는 철학으로 가슴으로 쓴 짧고 쉬운 그의 시들에는 벌거벗은 초설이 있다. 정제되지 않은 순도 100%의 아픔, 사랑, 외로움이 시에 그대로 표현되다. 하지만 그 끝에는 위로와 치유라는 희망의 씨앗을 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시인이 “시를 쓰면서 나의 아픔이 치유되었듯, 내 시가 나처럼 아픈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치유되기를 바란다”는 시에 담아낸 간절한 염원을 밝혔다. 초설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출판기념회는 25일 오후 4시에 도서출판 학이사 도서관(대구 달서구 문화회관 11안길 22-1)에서 열린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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