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양면성이 만든 관계의 상흔…봉산문화회관 ‘내 안에 나는…’展
인간의 양면성이 만든 관계의 상흔…봉산문화회관 ‘내 안에 나는…’展
  • 황인옥
  • 승인 2020.07.23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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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응시하는 얼굴 형상 3개
찢어지고 입체감도 없어 흉측
이동하며 보면 표정 달리 보여
인물 간 연관성 ‘끈’으로 표현
칼라-봉산기획-유리상자-이인석3
이인석 작 ‘내 안에 나는…’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 허공에 거대한 세 개의 얼굴이 설치됐다. 8㎜ 굵기 섬유질 밧줄을 위로 한 줄씩 쌓아 올려서 만든 남자와 여자, 아이의 얼굴이다. 작가 이인석의 설치 작품 ‘내 안에 나는…’인데, 압도적 규모에 한 번 놀라고, 공포감이 이는 괴기스러움에 또 한 번 놀란다. 작가가 “‘관계의 다양성과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이인석 개인전이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에서 개막했다. 찰흙으로 얼굴 형상을 조형하고, 폴리로 마스크를 떠 낸 후 끈을 실리콘으로 붙여 만든 얼굴 형상 3개를 허공에 설치했다. 작가가 “남자는 아빠, 여자는 엄마, 아이는 이들 부부의 자녀”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세 사람이 가족이라는 설명에 좀 의아했다. 흔히 떠올리는 화목한 가족과는 결이 달랐다. 세 개의 얼굴은 설치된 각도가 달라 서로 마주보지 못한 채 각기 다른 허공을 응시하고 있고, 설상가상 얼굴의 형태도 상처투성이다. 거대한 얼굴 일부에 찢어진 듯한 구멍이 뚫려있고, 입체감 없이 음각과 양각으로만 꾸린 얼굴의 윤곽도 흉측하다. 작가가 “해체된 우리 가족”이라고 고백했다.

작가는 가족의 해체 원인으로 ‘인간의 양면성’을 지목한다. 특히 자신의 양면성을 통렬히 반성한다. “내 안의 또 다른 어리석은 감정이 상대에게 큰 고통을 안겨주고, 나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운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양면성은 상대가 있어야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속성이다. 혼자일 때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관계 속에서라면 갈등의 불씨로 급부상한다. 관계와 양면성은 음과 양의 관계처럼 견고하게 맞물려 있다.

이번 작품에서 핵심 재료로 사용된 질료는 끈이다. 작가에게 끈은 관계에 대한 은유적인 장치로 활용된다. 남자와 아이, 여자와 아이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남자와 여자 사이의 끈은 잘려져 있다. 관계의 단절이자 결별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에둘러 표현하는 은유적인 어법은 작가가 즐기는 표현방식이다.

끈을 통해 해체된 관계를 은유한 이번 전시는 일종의 자전적 자기반성이다. ‘아픈 가족사’라는 지극히 예민하고도 사적인 경험을 작업의 소재로 소환하고, 세상에 드러낸 배경에 “자기반성적 고찰”이 자리한다. 작가는 “나의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로 인해 가족의 해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고,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고 자조하면서도 “이제는 회한과 반성의 태도에서 한걸음 물러나 객관적 시각에서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고찰하려 한다”는 속내를 비쳤다.

반성문이 개인의 반성문으로 그치면 예술적 파장은 미미하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 이슈로 확장될 때 사회적 고찰로 격상한다. 이는 사회 차원의 반성문을 촉발하는 동인이 된다. 작가는 개인사로 시작해 사회적 이슈로 확장하는 작업 패턴을 선호해왔다. 이런 패턴이야말로 개인적으로는 진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으로는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장치로 주효하다는 믿음이 작용했다.

작가가 “끈이라는 것이 혈연체의 관점에서 보면 핏줄이라는 의미로 통용되지만 사회적 관계에서 보면 유대나 인연, 관계로 이야기 될 수 있다”며 의미의 확장을 언급했다. “가족이든 사회든, 관계를 맺는 구조이면 어디서나 양면성의 문제는 발생하게 되는데, 저는 제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 속 인간의 양면성 문제로 다루려고 했어요.”

개인에서 사회로의 주제 확장은 공간에 대한 해석으로 구현된다. 작가는 유리상자 공간을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집으로 해석한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로 인해 개인의 공간은 외부에 노출되는데, 작가는 바로 노출이라는 지점에서 인간의 관음적인 욕망과 결부시킨다. 유리 속 작가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면서 관객 스스로의 삶을 투영해 하도록 이끄는 것. 작가가 이끄는 관음증의 끝에는 소통이 있다.

특히 관객이 음각된 얼굴을 따라 걷는 행위는 소통의 절정을 구가한다. 전시 공간을 유리 바깥에서 한 바퀴 돌면 작품 속 얼굴의 표정도 따라서 변화하는데, 이 현상에서 관객과 작품 속 얼굴이 소통하려는 듯한 착시를 불러온다. 밤이 되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 조명이 반사되어 얼굴에 비치는 순간은 착시효과가 최대치에 이른다. 이때가 작품과 관객이 하나의 감정선으로 연결되는 시점이다.

작가가 “보는 사람에 따라 남자와 여자라는 젠더의 문제로 다가오기도 하고, 어른과 아이라는 세대나 계층간의 문제로 보이기도 한다”며 “각자의 상황에서 작품을 해석해 주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전시는 8월 9일까지. 문의 053-661-3500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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