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효과’와 ‘파파게노 효과’
‘베르테르 효과’와 ‘파파게노 효과’
  • 승인 2020.07.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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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계명대동산병원 가정의학과
주인공 베르테르가 실연의 슬픔으로 자살하는 내용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 발표된 후 유럽에서 모방자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베르테르를 모방하여 자살한 사람은 지금까지 전 세계에 2천여 명이라고 한다.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는 사회학자 필립스(D. Philips)가 유명인 자살후에 유사한 자살이 일어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를 막을수 있는 ‘파파게노 효과(Papageno effect)’도 있다. 자살을 불가피한 것으로 보여주면 모방 자살이 증가하기 때문에 언론 보도를 자제하면 이를 줄일수 있다는 것이다. 파파게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에서 삶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하려다 이를 극복하는, 웃음과 희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최근 지자체장의 사망사건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자신의 과오를 죽음으로 청산하는 선택을 한 고인의 고뇌를 생각하면 안타깝다. 생전의 공과를 따져 업적이 되는 부분은 당연히 추모하고 애도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자살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거나, 자살로 모든 잘못을 해결 된 것으로 하고 지나가자는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베르테르효과로 인한 모방 자살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사망 사건이 생기면, 그 시기에 자살률도 함께 증가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베르테르효과로 모방 자살을 일으키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도 크게 늘었다. 보건복지부에서 조사한 결과 ‘자살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증가했고 ‘고통 받는 상황에서 자신이나 타인의 자살을 허용하는 태도’ 점수도 5년 전에 비해서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극단적 선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는 자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 누구든지 죽음으로 과오를 덮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 파파게노효과를 기대하려면 자살이 일어난 개인적 사회적 원인을 조사하여 개선해야 한다.

생명은 자신이 만든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받은 것이며, 사회와 관계속에서 가치가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자신만의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생명을 던지는 그 순간에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삶의 연장을 위해 고통스럽게 병마와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생명을 버리는 그 순간에도 병원 중환자실에서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밤을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 생명은 귀하고, 모든 죽음은 슬프고 애도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으로 고귀한 생명을 버리는 자살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삶의 무게를 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남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베르테르효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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