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하나님의 축복
부동산과 하나님의 축복
  • 승인 2020.07.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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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 박사
어린 시절부터 중학교 시절까지 우리 집에는 세 들어 사는 가정이 있었다. 아직까지도 우리 집에 함께 살았던 그 분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우리 부모님과 의논하곤 했고, 특별한 음식을 하는 날이면 서로 음식을 나누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나 그 분들이 이사를 갈 때면 서로가 섭섭해 하며 배웅을 했다. 좁은 공간에 함께 했던 그 분들과의 시간은 불편함보다는 따뜻함이 훨씬 많았다. 특이한 것은 그 분들이 전세나 월세로 우리 집에 사셨지만 나는 어른들 간의 돈 거래의 낌새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냥 사이좋은 이웃이었을 뿐이었다.

결혼 후에 우리도 신혼 생활을 전세로 시작했다. 주인은 2층에서, 우리는 1층에서 몇 년간 함께 살았다. 우리보다 연장자였던 그 분들은 우리 부모님이 그러하셨듯이 이제 막 결혼한 우리 부부를 여러모로 배려해 주셨다. 그 집을 떠날 때, 옛날 우리 집에 사시던 그 분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감사함과 아쉬움으로 그 분들과 헤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주택임대는 자기 집의 여유 공간을 빌려주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그 다음에 우리가 전세로 들어 간 집은 아파트였는데 그 주인은 서울 분으로 여러 채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분이었다. 그 집에 사는 동안 우리는 집 주인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살았다.

아이들이 크고 생활이 제법 안정이 되었지만 오십이 될 때까지 우리는 집을 구입하지 않고 전세로 살았다. 그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었던 지인이 좋은 조건의 전세로 살도록 우리를 배려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는 우리 집을 임대해 주는 것을 보며 살아왔고 커서 결혼한 후에는 남의 집을 임대하여 살았다. 그리고 오십이 넘어서야 겨우 내 집을 가지게 되었다.

경영학과 신학을 함께 전공한 때문인지 평생을 순진하게도 집은 주거의 수단일 뿐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임대할지라도 여유 공간을 활용하거나 피치 못하게 내가 거기에 살지 못할 경우에 임대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심지어 20여 년 동안 ‘우리 교회는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정관을 정하고 건물을 임대하여 예배당으로 사용해 왔다. 교인들에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우리들은 부동산의 탐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진리를 고수해 보려 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사실 모른 것이 아니라 아슴푸레 알고는 있었지만 주택 특히 아파트는 우리의 거주 공간이 아니라 투자의 대상이었다. 거기에는 종교단체나 종교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심지어 구입한 부동산의 가격이 폭등하여 시세 차익을 얻은 것을 하나님의 축복으로 알고 감사하는 것이 보편화될 정도이다. 사람들의 탐욕을 절제하게 해야 할 종교가 오히려 탐욕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대에 가난한 사람들이 선한 임대인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세 들어 살았던 분들과 따뜻한 정을 함께 나누는 부모님을 보며 살았다. 결혼 한 이후에 나도 마음이 따뜻한 참 좋은 집 주인들을 만났다. 우리에게 특별한 배려를 해 준 분도 있었다. 우리 교회의 건물주인은 20여 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않았고 평균 시세에 비해 훨씬 싼 임대료로 공간을 사용하도록 배려해 주셨다. 코로나 19를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차인에게 월세를 낮추어주고 또 면제해 주는 선한 임대인들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임차인의 형편은 슬프다. 그런 임차인에게 대한 임대인의 따뜻한 배려야말로 진정한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부동산 정책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정책의 방향은 부동산 투기를 막자는 의도일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 투기를 법으로만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따뜻한 시민 의식과 종교인들의 탈 탐욕적인 삶의 방식이야말로 부동산 정책의 혼란을 막는 진정한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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