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사회복지의 본질적 가치 회복
코로나19와 사회복지의 본질적 가치 회복
  • 승인 2020.07.28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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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대구시노인복지관협회장, 달서구노인복지관장
“복지관 언제 문 열어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코로나로 인한 휴관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용자나 동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과 답변이다. 복지관 등 지역복지시설(이용)이 휴관한지 어언 120여일 째다. 공공서비스기관들이 순차적으로 문을 열고, 어린이집과 초·중·고등학교도 문을 열면서 사회적분위기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됨과 더불어 여전히 수도권에서의 지속적 감염발생과 2차 대유행을 예측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들이 혼재되어 사회복지시설 근무자들의 시설운영방향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연다면 언제부터, 어느 정도까지 열어야 하나? 어느 누구하나 속 시원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직접적인 대면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돌봄서비스 제공기관과 사회복지생활시설의 경우는 좀 더 조심스럽고 힘들다. 혹 우리 시설에서 감염환자가 발생하면 어쩌나하는 불안감과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직무에 노출되어 있다. 이러한 답답함과 불안한 상황가운데 실천현장을 지키는 사회복지종사자들은 어떻게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첫 번째는 코로나19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많은 복지시설들은 휴관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코로나가 종식되거나 잠잠해지면 다시 예전의 운영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의 예측은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다. 다시는 ‘코로나 이전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를 역설하고 있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고 지금의 상태로 지속된다면 사회복지시설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가?’라는 우리 앞에 던져진 도전적 질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민간사회복지시설들의 종속적 대행자로서 기능했던 그동안 왜곡되었던 사회복지전달체계와 공간중심, 시설중심의 서비스 제공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With coronavirus 시대 사회복지시설 운영 패러다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예측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무엇이 정답인지 모른다.

우리는 이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새로운 사회복지실천의 길을 가야하고 반드시 그 길의 방향을 찾아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실천가뿐만 아니라, 클라이언트와 관련 공무원도 함께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사회복지시설의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 수 십년 동안 복지시설은 행정체계를 모델로 삼아 보편성과 효율성에 입각한 행정운영시스템과 유사하게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와 같은 전면적 위기가 닥쳐오면서 그동안의 운영시스템은 너무나 쉽게 허물어져(시설운영 중단) 내렸다. 사회적 약자와 사각자대에 놓인 사람들, 고객들에게 일어나는 새로운 욕구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다양성을 고려한 운영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모바일 활성화 및 비대면 서비스와 소통의 확산을 위한 시설의 전반적 디지털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비대면 건강 및 안전관리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비롯한 협업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등이 가능한 새로운 업무환경을 구축하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나아가 함께하는 기관들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정보 공유와 상호협력체계가 잘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코로나를 통해 사회복지실천가들에게 부여된 본래적 가치와 의미를 재확인하고 회복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지난 4개월의 과정에서 바이러스와 싸워온 의료진들의 헌신과 노력이 국민들의 지지와 함께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그들의 본질적 사명감당에 있었다. 국민의 권리와 존엄성을 지키는 일, 클라이언트의 생명과 행복을 지키는 일,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의 작은 아픔에도 섬세하게 귀 기울이는 일을 우리의 사명으로 인식하고 실천함으로써 코로나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했으면 좋겠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상황에서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사회적 책무성에 대한 부담도 슬슬 생기고 어떻게 하는 게 잘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고, 혼돈과 고민에 사로잡혀 있을 동료 복지인들의 수고와 헌신을 생각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잘 하지 못 한다’는 두려움을 초월 할 때 비로소 일하기 시작 한다.”는 알랭드 보통(Alain de Botton)의 말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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