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 승인 2020.07.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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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지혜롭게 살자’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세상을 살아가는 방편이라고 말한다면 지혜라는 단어의 무게가 너무 가볍다. 지식을 보탠 지혜가 살아가는 가치의 중심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삶이다. 직장에서 은퇴할 즈음, 누구나 노년의 삶을 걱정하게 된다. 퇴직 전에 노후계획을 세워둬야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차일피일 지내다 보면 실천이 쉽지 않다.

노후의 걱정은 경제와 건강문제가 주지만 부닥치게 될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이 더 크다. 풀어진 일상의 변화로 시간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세월의 흐름이 빠르다는 생각에 매인다. 자의든 타의든 막연한 기대 속에 살아가야 한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가끔 한 세기 넘게 산 사람도 있다. 누구든 오래 사는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후 삶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다.

노후의 세월을 좀 더 보람 있게 보낼 수는 없을까. 지나온 날들을 조명하면서 나름 노년생활에 가치와 이념을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년경제, 여가선용, 건강관리, 가족 간의 관계 재설정 등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세는 살아온 경륜과 학습된 지식, 지혜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고정된 자기 틀에서 벗어나 환경변화에 익숙해 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노인이 되면 모든 면에서 뭔가 뒤쳐지는 느낌을 받는다. 자신감의 상실이다.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인간사회다. 100세 시대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양보하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세상변화에 사람 사는 법도 달라지고 있으니 노인으로서 살아가는 방편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 아날로그에 길들여진 행태에서 벗어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변화에 맞춰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화는 젊은이들만이 누리는 문화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잘 한다고 해서 생각 없이 의존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살아오면서 자신이 터득한 지혜와 지식을 변화에 맞춰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모르면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 세대들은 IT가 생활화 돼 있다.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으로 모든 문제를 풀어 간다.

노인들의 스마트 폰 활용은 제한적이지만 폰 안 가진 사람이 없다. 자신도 모르게 디지털 시대에 순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계에 익숙해 오지 못한 노인세대들은 기계 만지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그래선지 좋은 스마트폰을 가졌어도 쓰임새의 용도는 아주 단순하다.

나는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의문이 생기면 따로 살고 있는 아들의 도움을 받는다. 원격 조정으로 내 컴퓨터 방에 들어와서 처리방법을 가르쳐 주면 의문이 금방 풀리지만 아들에게 전폭 맡기지 않고 설명을 들으면서 마우스는 내가 작동한다. 그래야 훈련이 되고 컴퓨터 다루는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하나씩 디지털시대에 적응하는 학습을 해 가는 것이다.

애플 폰을 사용한지가 15여 년이 넘는다. 퇴직을 준비하고 있을 때 어느 통신사에서 폰 보급을 위해 직장을 방문했다. 여러 기종 가운데 아들의 추천으로 아이폰을 선택했다. 그 인연으로 같은 기종만 사용하는 애플 매니아가 됐다. 2∼3년마다 새 폰으로 바꾸고 있다. 최근 새로 나온 아이폰으로 바꾸면서 사용해 오던 폰을 손녀에게 줬더니 친구들이 부러워하면서 야단을 떨었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애플 X를 사용 한다” 고 했더니 모두들 놀라더라는 것이다. 얼떨결에 디지털 멋쟁이 할아버지가 되었다.

내 스마트폰에는 필요한 정보가 많이 들어 있다. 스마트뱅킹은 기본이다. 나의 의식은 고식적인 아날로그 프레임에 갇혀있지만 디지털시대에 맞춰 가려는 노력은 끊이지 않는다. 가능하면 디지털 문명의 이기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애쓴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 있는 증거다.

지하철 역사에는 만남의 광장이 있다. 만남의 장소지만 젊은이는 보이지 않고 깡그리 노인 판이다. 도심 속의 공개된 경로당이다. 모자를 안 쓴 노인이 없다. 벗겨진 머리를 남에게 보이기 싫고 때로는 얼굴을 감추는데 도움이 돼서다. 다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요즘 들어 언뜻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 많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열심히 살아 왔지만 군데군데 아쉬움이 묻어난다. 인지상정 백세시대는 듣기 좋은 말이다.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거침없이 하면서 살고 싶다. 살아 온 세월에 감사하면서 100세 시대 유종의 미를 마음에 품고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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