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여, 존재감 없는 야
질주하는 여, 존재감 없는 야
  • 승인 2020.07.2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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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형
행정학 박사
객원논설위원
과연 21대 국회의 운영이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바와 같이 176석의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21대 국회가 개원된 이후 행해진 각종 인사청문회를 비롯하여, 상임위원회 운영에 있어, 기존의 관행이나 야당의 반대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일정에 따라 거침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실례로 28일 국회정보위원회에서는 미래통합당이 그동안 사회 일각에서 소위 ‘찌라시’ 수준으로 떠돌고 있던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30억 달러 대북 지원 이면합의서 존재 의혹과 관련된 문서에 후보자가 서명한 사실이 있는지의 유무와 대학 편입과 관련한 학력 위조 등을 이유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해 임명 반대 입장을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는 문서의 진위여부 불확실성과 당사자의 부인을 근거로 야당의 불참 속에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였고, 기획재정위·· 국토교통위·· 행정안전위 등 3개 상임위에서는 정부의 7·10부동산 대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입법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관련 부동산 관련 법안 등 13개 법안을 그 동안 법안 통과를 위해 의례적으로 운영하던 법안 심사를 위한 법안심사소위도 건너뛰면서까지 야당과 협의 없이 법안 상정부터 통과까지 반나절 만에 일사천리로 처리하였다. 이러한 여당의 일방적인 상임위 운영에 관해 야당인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취한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각종 매스미디어를 통해 보아왔던 국회운영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약간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즉 아무런 물리적 충돌 없이 항의하면서 퇴장하는 것 그게 전부였다. 물리적 충돌을 하지 않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은 필연코 아니다. 단지 보기에 따라서는 소수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독주에 대항하는 절박함이 없는 너무나 무기력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에서 의원들의 몸싸움에 싫증난 국민들에게 우리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보수는 원래 점잖아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문득 그 동안 우리 국회의 행태를 경험적으로 되돌아 볼 때 여야가 바뀌었으면 어떠하였을까 매우 궁금해진다. 과연 현재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같은 처지의 야당이라면 거대 여당의 일방독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실이든 아니든 이미지적으로는 어떤 절실함은 보여주었을 것이라는 것은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유추해 볼 수 있다.

사실 21대 국회는 모든 면에서 기존의 국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출발하였다. 우선 의석수에서 개헌을 제외하고는 무엇이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여당의 절대적인 우위에서 시작되었다. 따라서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부터 오랜 세월 관행이라는 미명하에 지켜져 왔던 것들이 철저히 무시되었다. 필자 역시 사회 환경이 변하는데 국회라고 언제까지 과거 관행에 매달려 운영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회가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대변하는 대의기관으로서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것이 제1의 책무라는 기본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정부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한 아무런 고민이나 비판 없이 오로지 신속한 집행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을 제정하는 거수기로서의 역할에 치중하여, 모든 것을 힘의 논리로 의석수 싸움으로만 일관할 경우 국회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고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국회 내에서 다수는 소수에게 굴복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다수가 양보하는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도 나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우선 원 구성에 있어 절대 다수의 의석을 점유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에게 일정 부분 상임위원장직을 양보하였음에도, 통합당이 이를 거부하여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국회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위해, 향후 국회 운영에 따른 모든 책임을 자신들이 지게 되는 것을 감수하면서, 전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최근의 민주당의 일방적인 의회운영은 통합당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임위원장을 포기함으로 인해 예견된 일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최근 민주당의 일방적인 의회운영에 대해서는 우려함이 많다. 너무 급하다. 본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법안을 제정함에 있어 정부가 요구한다고 해서 그 많은 법안들을 너무 고민 없이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몰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야당 또한 너무나 무력해 보인다. 국회운영 일정부분 견제할 수 있는 상임위원장직을 포기했을 경우, 이를 대비한 대여 대정부투쟁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 놓아야 했으나 이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냥 잘해 보라는 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자세로서는 차기 선거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적극적인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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