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대신 해줬으면
누군가 대신 해줬으면
  • 승인 2020.07.29 2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길을 걷다가 버려진 쓰레기를 보거나, 동물의 오물을 보면 누군가 대신 치워줬으면 하는 심리가 발동한다. 더럽거나 불편한 것을 만나면 나 아닌'누군가'대신해주길 바라는 심리가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하고 싶다고 모두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치워야 문제는 해결된다.
과일과 곡식이 아주 풍요로운 어느 들판에, 쥐들이 함께 모여 살았다. 그곳은 쥐들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곳은 사람들이 발길 닿지 않는 안전한 곳이었고, 먹을 것이 정말 풍요로운 땅이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을 헤치는 동물이 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로웠던 마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찾아오게 되면서 마을은 지옥이 되었다.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많은 쥐가 목숨을 잃었고, 고양이는 쥐들에게 무시무시한 공포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쥐들은 고양이를 피해 땅속으로 굴을 파고 몸을 숨겨야만 했다. 그렇게 기약 없이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땅 속에서 음식을 먹지 못하고 굶어 죽든, 나가서 고양이에게 물려 죽든 죽는 것은 매 한 가지였다. 결심해야 했다. 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는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뾰족한 묘수가 도무지 생각나지 않았다. 깊은 한 숨과 침묵이 뒤 섞인, 몇 시간이 흐르던 그 순간, 작은 생쥐 한 마리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놓으면 고양이가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고양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고, 그때 방울 소리가 나지 않는 곳으로 올라가서 음식을 구해오자는 것이었다. 모두 그 이야기를 듣고 멋진 생각이라고 박수를 쳤다. 아주 그럴싸해 보였다. 그때 한쪽 구석에 있던 늙은 쥐 한 마리가 중얼거리듯 얘길 했다. "그런데 고양이 목에 방울은 누가 달지?" 그 이야기를 듣고 일순간 모두 조용해졌다. 그러고는 서로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용기 있는 누군가 짠~하고 나타나 "제가 해보겠습니다."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모두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누군가'를 기다리고만 있었다.
대인관계 중에 발생하게 되는 타인과의 불가피한 마찰의 상황.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얼굴을 붉혀야 할 상황이 되면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때 찾는 사람이 바로 '누군가'이다. 본인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어서 곤란한 상황이 닥치면 누군가 슈퍼맨처럼 나타나서 그 상황을 해결해 줬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 참으로 많다. 결국은 나의 손으로 그 일을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야 그것이 나의 삶이 되고, 내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연한 것이다. 드라마에서 엑스트라보다는 주인공이 더 자주 등장하는 것이 당연하고, 늘 해결은 주인공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 남이 대신해준다는 것은 인생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니고 타인이라는 의미다.
세상은 늘 우리에게 선택을 원한다. 그 선택의 기로에서 눈치 보며 망설이는 우리가 있다. 편하고 내게 이익이 되면 쉽게 접근하지만, 불편하고 내게 이익이 없는 일에는 대신 그 일을 처리해줄 다른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누군가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한다. 피하다 보면 늘 피하는 선택만 하게 된다.
모두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나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그도 누군가를 기다린다.
여기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이것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치만 보면서 시간만 흐를 뿐이다.
먼저 나에게 누군가는 나 아닌 모든 사람이다. 옆에 있는 그 이고, 그녀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와 그녀에게는 바로 내가 '누군가'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당신도 누군가, 나도 누군가 이다. 우리는 모두가 '누군가'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