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림만 하는 일시적인 계책(彌縫策)
눈가림만 하는 일시적인 계책(彌縫策)
  • 승인 2020.07.3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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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등학교 교장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세 가지 기본요소는 옷, 음식, 집이다. 요즘 주택가격 상승 때문에 정부에서는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었다. 급기야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자는 안이 나왔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자연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1971년에 만들어졌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얼마 전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자는 정부안이 나오자 경기도지사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 하였다. 이 속담은 ‘동족방뇨(凍足放尿)’이다. 잠시의 효력은 있을 수 있으나, 그 효력이 없어지고 나면 그 결과는 더 나쁘게 된다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은 변변치 못한 옷을 입었다. 언 발을 녹이기 위하여 오줌을 눴다. 더운 오줌으로 잠시는 따뜻해졌다. 그런데 그 후가 문제였다. 얼었던 발이 녹고 오줌의 양만큼 더 얼게 되어 고통은 더 심해졌다.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임시변통만 하는 동족방뇨(凍足放尿)는 ‘미봉책(彌縫策)’이다. ‘눈가림만 하는 일시적인 계책’이 미봉책이다. 결점이나 실패를 일시적으로 덮어 감추기만 한다는 의미이다. 원래 미봉(彌縫)은 ‘촘촘하게 꿰매어 깁는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주나라는 천자의 나라였다. 주변의 제후국들은 주나라에 선물 보따리를 들고 조현(朝見)을 갔다. 제후국 중에서도 정(鄭)나라는 점점 강성해졌다. 주나라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주나라 환왕(桓王)은 주변의 제후국인 괵, 채, 위, 진을 일으켜 정절군을 만들어 정나라를 공격했다.

정나라 장공에겐 지략가인 재상 원(元)이 있었다. 원은 ‘오승미봉(伍承彌縫)’의 원형전법을 썼다. 전차를 앞세우고 그 뒤에 보병을 따르게 하고, 또 전차를 마지막에 두었다. 그리고 전차와 전차 사이마다 보병으로 미봉(彌縫)했다. 그 전법으로 좌군인 진나라를 먼저 공략했다. 진나라는 국내가 불안정하여 군인들의 기강도 해이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진나라가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본 우군 괵, 채, 위도 도망을 갔다. 설상가상으로 주나라 환왕은 정나라 군사들이 쏘는 화살을 어깨에 맞아 퇴각하고 말았다.

군대를 재배치하여 보충한다는 말이 미봉이다. 어원이 변하여 요즘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일처리를 할 때 쓰이게 되었다. 차츰 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결함만 때우는 식이다. 말 많던 그린벨트 해제 문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없었던 것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우리들은 후손들에게 자연환경을 보존하여 물려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초등 기초학력 on(溫)&on 방학집중교실’을 운영한다. ‘학생과 선생님이 on(溫)따뜻한 마음으로 & 기초학력을 온(on)전히 키우는 여름방학 집중과정’이다. 온라인 수업 장기화에 따라 제기되는 학습 격차 발생 우려를 해소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기초학력 보장이 필요한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을 중심으로 하고, 3~6학년은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학교가 책임지고 학생의 기초학력을 키우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초학력은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국어와 기초수학에 대한 학력이다. 이것을 도구교과(道具敎科)라 한다. 국어와 수학의 기초학력이 되어야만 다른 과목도 공부를 할 수 있다.

특히 국어기본법에는 ‘국어능력이란 국어를 통하여 생각이나 느낌 등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등의 능력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듣기와 말하기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저절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어휘력을 길러줘야 한다. 반복하고 반복하여야 한다.

셈하기는 사칙연산(四則演算)이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을 말한다. 이것은 일상생활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고 필수적이다. 수를 이리 저리 결합하고 분배하고 교환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수학이다. 사칙의 방법을 ‘~법칙’이라고 한다. 결합법칙, 분배법칙, 교환법칙 등이 그렇다.

기초학력이 튼튼하여야 자신감이 생긴다. 기초학력은 학교만 책임질 일이 아니다.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 필자가 교직에 있을 때도 ‘기초학력’에 대한 정부 지침이 정권에 따라 제도가 여러 번 바뀌고 없어지기도 했다. ‘on&on’은 ‘쉼 없이’란 뜻이다. 이 말 사용도 ‘국어기본법’의 목적과 이념에 어긋난다. ‘법 따로 말 따로’여서는 안 된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그래도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미봉책(彌縫策)이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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