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고소한 뒷고을 마을] 꼬신내 솔솔 나는 구산박씨 집성촌…620년 전통 고스란히
[군위 고소한 뒷고을 마을] 꼬신내 솔솔 나는 구산박씨 집성촌…620년 전통 고스란히
  • 배수경
  • 승인 2020.07.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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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에 대한 자부심
조선 개국공신 구산군 박천
‘왕자의 난’ 겪고 낙향 후 정착
학문 전념 ‘성리학 대가’ 반열
 
‘물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수북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마을 주민들이 생산하는 참기름 덕분에 ‘고소한 뒷고을 마을’이 되었고 이제는 ‘풍경이 아름다워 머물고 싶은 뒷고을 마을’로 변신 중이다. 전영호기자
‘물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수북리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마을 주민들이 생산하는 참기름 덕분에 ‘고소한 뒷고을 마을’이 되었고 이제는 ‘풍경이 아름다워 머물고 싶은 뒷고을 마을’로 변신 중이다. 전영호기자

 

[2020 경상북도 마을이야기] 군위 고소한 뒷고을 마을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을 전통이라고 한다.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오늘날까지 620년의 전통을 지키면서 살아오는 마을이 있다. 언뜻 보면 다른 마을과 차이가 없는 평범한 마을이지만 세세히 살펴보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마을이다. 군위군 의흥면 수북리가 바로 그런 곳이다. 수북리는 수북1리와 2리, 3리 등 3개의 행정리로 구성되어 있다. 수북1리의 자연부락 명칭은 뒷골(뒷고을)이다. 일찍부터 농촌여성 소득사업으로 참기름을 공동으로 생산하면서 인근 마을의 부러움을 샀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이 ‘꼬신내’가 진동하는 마을이라고 불렀다. 집성촌이라 오랜 세월을 함께하면서 정답게 살아가는 모습도 한 몫을 했다. 이런 일들을 스토리텔링해 ‘고소한 뒷고을’이란 정겨운 이름이 만들어졌다. 관광자원화를 위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선 개국공신이었던 구산군 박천(박석보)은 1398년 1차 왕자의 난에서 친형인 ‘박위’가 피살되는 일을 겪고 나서 식솔들을 데리고 낙향해 이곳에서 정착했다. 수북리의 입향조로 문무를 겸비한 인물이었다. 1380년 이성계가 남원에서 왜구를 토벌한 황산대첩에 정몽주 정도전 등과 함께 출전해 큰 공을 세웠다. 이 전투에서 이성계는 단 한발의 화살로 왜장 ‘아지발도’를 사살했다. 한낮 시골무장에 불과했던 이성계는 황산대첩을 통하여 단숨에 고려조정의 실권자로 자리를 굳혔다. 1389년에는 형인 박위장군과 함께 대마도를 정벌했고 1396년에는 오도병마처치사 ‘김사형’과 함께 2차 대마도정벌에 참전해 왜구의 본거지를 소탕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구산군’이라는 군호를 받았다.

수북리에 입향한 이후에는 학문에 전념해 정몽주 정도전 등과 함께 성리학의 대가 반열에 올랐다. 이후 후손들은 오랜 세월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오고 있다. 다산 정약용은 양반의 조건으로 3가지를 들었다. 시조까지 소급되는 계보, 내세울 만한 현조, 누대로 살아온 세거지가 그것이다. 620년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수북리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도 구산박씨 120호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구산군은 후손들에게 ‘관직에 연연하지 말고 학문과 도덕을 숭상하고 근검하라.’는 가르침을 내렸다. 구산군의 향사를 위하여 건립한 무검재가 수북3리에 있다. 1780년 창건했으나 6.25전쟁 때 소실되었고 1954년에 후손들이 중건했다. 대지 1100평에 팔작지붕으로 된 정재와 동재와 서재로 구성되어 있다. 묘소는 무검재 인근 안산에 있다.
 

마을이야기-집3
구산박씨 시조인 ‘구산군 박천’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건립한 무검재 전경.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 회나무와 팽나무로 수령이 4~5백년이 넘는다.
마을 입구에서 마을을 지키는 당산나무, 회나무와 팽나무로 수령이 4~5백년이 넘는다.

집성촌인 관계로 주민들이 마을의 역사와 전통에 대하여 잘 알고 있고 단합하는 힘이 강한 마을이다. 선조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따라서 전통문화의 맥도 길게 이어져 왔었다. 매년 정월보름에는 지신밟기를 했다. 집집마다 돌면서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다. 아쉽게도 고령화로 인하여 5년 전에 그 맥이 단절됐다.

마을 입구에는 두 그루의 큰 당산나무가 장승처럼 서서 마을을 지킨다. 회나무와 팽나무다. 수령이 4~5백년은 됨직해 보인다. 20년 전까지는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제관은 제일이 다가오면 목욕재계하고 바깥 출입을 자제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특히 상갓집을 방문하는 일은 1년 전부터 금지했다. 아이들은 이 당산나무를 마주보고 서 있다고 해서 ‘신랑각시나무’라고 불렀다. 최근에 들어서는 마을의 전통문화를 복원하자는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풍물교육을 배우고 있으며 당산제를 재현하는 방안도 의논하고 있다.

 

참기름 짜는 마을
일찍 농촌여성 소득사업 매진
전통한과·딸기잼 등 만들어
품질 호평 소비자 점점 늘어

40년 전부터 농촌여성 소득사업의 일환으로 참기름과 들기름을 짜고 전통한과와 딸기잼을 만들어 농가소득을 높였다. 모든 가공품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했다. 생산량은 많지 않았지만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참기름의 고소한 향과 부드럽고도 바싹한 맛을 내는 한과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가공장 이전을 준비 중이라 잠시 휴업상태다.

마을의 대표적인 특산물은 대추다. 들판 곳곳에 녹색의 대추과수원이 널려있다. 전국적으로 대추가 많이 재배되는 곳은 경산시와 군위군, 충북 보은군이다. 군위군 내에서 재배되는 대추의 80% 정도가 의흥면에 있다. 마을의 대추 재배역사는 길다. 50년이 넘었다. 재래종 대추를 소규모로 재배하다가 개량종인 ‘복조대추’가 도입되면서 재배 면적을 확대한 대추 과수원이 등장했다. 복조대추는 당도가 높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아 생과용으로도 인기가 높지만 건대추로도 많이 만든다. 추위에 강하고 병해충이 적어 재배가 쉽다. 군위군에서 대추를 처음 재배한 곳이 수북리(뒷골)이다. 개량종 대추의 시배지로 볼 수 있다.

마을이야기-테마파크
삼국유사테마파크 입구. 정면에 보이는 나무가 단군신화에 나오는 ‘신단수’를 모티브로 한 신화목이다.
 

마을가꾸기 사업 ‘새바람
교육센터 정비·꽃길조성 등
2021년까지 사업비 5억 투입
전통문화 계승작업도 활발

마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풍경이 아름다워 머물고 싶은 뒷고을’ 마을 가꾸기 사업을 유치해 마을을 대대적으로 바꾸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안전한 마을’과 ‘아름다운 마을’, ‘행복한 마을’을 목표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간 추진된다. 5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큰 사업이다. 담장과 안길정비와 함께 교육센터 정비, 꽃길조성이 포함되어 마을의 환경이 크게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을회관을 리모델링하는 교육센터에는 공동급식소와 무선방송시스템, CC-TV를 설치해 안전과 생활환경을 개선한다. 마을 곳곳에 꽃밭을 만들고 배롱나무와 마가목을 심어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환경 정비와 더불어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 전통이 살아 있는 아름다운 마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병태기자·홍상철 수필가

 

<우리 마을은>

“마을 역사 살려 의미 깊은 관광프로그램 개발” 박종갑 수북 1리 이장

 
박종갑 이장

“수북이라는 지명은 물의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입니다. 농경사회에서 물은 농사의 필수적인 요소였고, 경제적인 풍요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박종갑 이장은 마을의 특성을 지명과 연계해서 설명했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물이 많다는 것은 주식인 쌀 생산이 많고 풍요로운 생활을 했었다는 의미와 같다. “위천의 맑은 물은 마을의 생명줄과 같은 존재입니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속담처럼 인심이 후하고, 집성촌이라 단합력이 강한 것도 마을의 자랑입니다” 그 힘을 바탕으로 마을에서는 농촌여성 소득사업을 유치해 참기름과 한과를 만들어 소득을 높이고 지난해부터는 마을 가꾸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마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바로 지난 7월 1일 개장한 삼국유사테마파크입니다” 박 이장과 마을주민들은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을 마을로 유치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고 소득을 높일 방안을 구상중이다. “고령화로 인하여 대부분의 주택에 쓰지 않는 빈방이 수두룩하다.”면서 “이런 빈방을 정비해 민박체험을 추진해 주민들은 소득을 높이고, 관광객들은 저렴한 숙박료로 농촌의 참모습을 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마을가꾸기사업을 통하여 꽃과 나무를 심어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면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관광 지원이 될 것이라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 이장은 마을에서 몇 년 전부터 딸기 고설재배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한다. 지금까지는 농산물을 생산해 원물로 판매하거나 일부 가공을 통하여 소득을 올렸지만 이제는 체험활동을 가미해 소득을 올리는 방향으로 진로를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생산과 가공 체험을 융합한 6차 산업화로 가겠다는 생각이었다. “620년 정통을 가진 마을의 역사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스토리를 더하면 의미가 깊은 관광프로그램이 될 것입니다. 또한 당산제나 지신밟기 같은 전통문화 복원과 재현에 출향인과 관광객을 참여시켜 그 맥을 이어나가도록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마을이야기가볼만한곳
삼국유사테마파크 내 웅녀동굴 입구.

<가볼만한 곳>

◇역사·신화 이야기 속으로...삼국유사테마파크

삼국유사를 테마로 만든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역사와 신화를 현실 속으로 이끌어낸 복합문화콘텐츠 공간이다. 전시와 조형물을 통하여 교육적 기능과 놀이문화를 함께 구현했다. 2020년 7월 1일에 개관했다. ‘으뜸누리(얼)지구’와 ‘얼쑤누리(흥)지구’, ‘아름누리(꿈)지구’로 구성되어 있다. ‘얼’을 주제로 한 으뜸누리지구에는 가온문과 신화목, 웅녀동굴, 가온누리관, 영웅 탄생길 등이 있다. ‘흥’을 주제로 한 얼쑤누리지구에는 한울광장과 해룡놀이터, 아침향기원, 먹거리촌 등이 있다. ‘꿈’을 주제로 한 아름누리지구에는 화랑승마장과 해룡쉼터, 이야기학교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정문인 가온문을 들어서면 신비스러운 모습을 한 신화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신단수’를 모티브로 했다. 신화목 속에는 많은 이야기를 벽화로 새겼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처용의 모습과 해골 속에 담긴 물을 마시고 해탈한 원효대사,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 등 삼국유사에 나오는 역사와 신화들이다.

천년을 넘어선 신화 속 주인공들을 만나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중심에 위치한 가온누리관은 전시체험공간이다. 일연대선사관과 역사 속 인물을 영상으로 만나는 서클영상관,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히스토리관 등이 있다. 역사를 체험으로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웅녀동굴에서는 백일동안 마늘과 쑥을 먹으면서 인고의 시간을 보낸 웅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140m 길이의 사계절 썰매장은 스릴만점이다. 겨울에는 눈썰매장이 되고 여름과 봄가을에는 물과 잔디를 이용해 썰매장으로 운영한다. 용담지와 아침향기원은 호젓한 산책코스로 인기가 높다. 체류형 관광을 위한 숙박시설도 있다. 영웅의 탄생을 연상 시키는 알 모양의 돔하우스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름을 붙여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역사와 상상, 스릴이 어우러진 삼국유사테마파크는 군위군 의흥면 일연테마로 100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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