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근시안적인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계획
정부의 근시안적인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계획
  • 승인 2020.08.0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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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구시의사회 총무이사, 경대연합외과 원장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를 증원하고 중증 필수 의료에 복무하는 지역 의사 3000명과 역학조사관 같은 특수 전문분야에 500명, 기초과학에 500명을 증원하고 70여명 규모의 공공의대를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야말로 초등학생 수준에서 만들 수 있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의 부족에 관한 찬반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정책 안에는 의학교육과 의사의 본질 또한 의료에 대한 이해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의학교육은 의대를 진학했다고 해서 사회가 원하는 의사가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 다. 현재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26개 과에 달하는 다양한 학문 중에 본인의 적성에 맞는 과를 찾아 다시 3-4년을 공부하고 거기에 전문의 자격을 따서 다시 그 과에 대해 평생을 공부하는 것이 기본적인 의사들의 삶이다. 그런데 개인의 적성을 무시하고 중증 필수 의료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미리 결정하게 하여 의무복무 하도록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개인의 인권이나 의사의 특성에 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들이 생각한 것이고 이런 제도는 이전에 대만이나 일본에서 철저히 실패한 정책이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의대 군 위탁 교육제도 에서도 그 허무함을 경험하고서도 저런 정책을 낸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또한 지역의사에 의무 복무기간을 10년으로 정한다고 한다. 수련의 1년, 전공의 3-4년 전임의 1-2년, 도합 6-7년 정도가 걸린다. 외과를 예로 들면 이렇게 7년을 수련 받고 나오면 과연 지역 사회에 책임 있는 외과의사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현재 대학병원의 수련과정에서 대부분 분과의 특수한 암수술을 주로 배우고 일반적인 충수염 수술이나 치질 수술 같은 1. 2차 의료기관에서 해야 할 수술은 새로 익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역에서 3년간 수술 경험을 쌓은 뒤 본인이 원하는 수도권으로 떠나게 될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또한 의학교육은 갑가지 늘어난 정원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과 평가가 이루어 질 것으로 생각하는가? 교육부는 또 뭐하는가? 교육과 평가의 전문가들이 여기에 아무런 견해가 없는 것인가?

병원 협회야 원래 병원 경영자들의 모임이니 의사 수가 많아지면 싼 값에 의사를 쓸 수 있으니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고 국민의 의료비가 올라가고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고 해도 병원 경영자 협회의 관심 밖의 일이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한 주 80시간 근무 제한 때문에 힘든 참에 의사 수를 늘려 손 안대고 코 푸시겠다는 의도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국민들도 아셔야 하는 것이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다른 조직이고 서로의 목적이 다르다.

의사협회는 의료법 상의 유일한 중앙회이며 국민건강이라는 대의명분을 결코 가벼이 할 수 없는 단체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권이 맞는 병원협회와의 거래를 통해 국민들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다. 지역의료를 살리는 것은 의사 수가 많아진다고 의무 복무를 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의사 수가 많은 나라도 지역의 불균형이 없는 나라는 없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정부가 그렇게 금과옥조로 주장하는 인구 1000명 당 의사수가 많은 유럽 나라들이 어찌 되었는지 잘 봤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공중 보건의 제도라는 특수한 장점도 있고 사명감이 투철한 의료진이 아직은 많이 있다. 정부가 황당한 정책으로 의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의료를 난장판으로 만들면 사명감 넘치는 의료인들을 만나기는 어렵게 될 것이다.

의사의 수가 늘어날수록 불필요한 의료비가 증가 된다는 것은 증명된 사실이다. OECD 25개 회원국의 30여 년간 분석한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1% 증가하면 1인당 의료비는 22%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되어있다. 또한 인구 10만 명당 의대정원은 우리나라가 7.48명으로 일본의 7.14명 보다 많으며(2020년 일본은 의대정원을 더 축소하기로 함) 미국의 7.95명 보다 그리 적지 않다. 국민들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의사 수가 많아지면 값싼 의료를 제공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학회에서 증명된 내용들이 적정한 의사 수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고 적정한 의사 수에 관해서는 의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전문가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저러한 엉터리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올바른 의료정책을 만들기 위해 이차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전문가의 말을 듣고 즉각 정책의 수정을 하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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