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빼고 수평적 관계만 있는 온라인 모임 전성시대
서열 빼고 수평적 관계만 있는 온라인 모임 전성시대
  • 승인 2020.08.0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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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코로나19로 달라진 삶의 모습 중 하나로 온라인 생활을 꼽는다. 많은 이들이 대면 소통이 어려워진 환경으로 인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개인의 소통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동시에 다양한 온라인 모임을 찾고 있고 참여하고 있다. 많은 비대면 모임이 중단되면서 온라인으로 형식을 바꾸었고, 온라인 화상회의 앱을 사용하거나 메신저 앱의 단체 채팅방을 이용해 새로운 모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온라인 모임의 욕구를 사업화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도 생겼다.

온라인 모임은 개인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온라인 모임은 정해진 주제만으로 운영되어 주제에 집중적이고, 친목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아 관계에 자유롭다. 반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보다 개인 중심적이고, 관계에 의한 연결이 많다. 나와 성향이 유사한 이들과의 연결이거나, 오프라인의 관계가 온라인으로 옮겨 온 경우도 있다. 주고받는 정보는 내가 좋아하는 정보를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온라인에서의 관계가 오프라인으로도 이어지는 까닭에 관계에 대한 불편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그 때문에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 할수록 다양성을 찾게 된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이어지지 않는 새로운 관계를 원하는 것 또한 이유 중 하나다.

다양성에 대한 목마름은 온라인 모임으로 이어졌다. 온라인 독서 모임이 그렇다. 혼자 하는 독서를 모임으로 확장하면서 같은 책을 두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내가 자극을 받은 문장과 다른 사람이 자극을 받은 문장이 다르고, 같은 상황을 두고도 해석하는 시각이 다름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을 경험한다. 여러 책을 읽는 독서 모임도 있다.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고 감상을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으로 관심을 확장할 수도 있다, 나아가 생각을 정리하고 나누어야 하므로 깊이 있는 독서와 함께 정리하고 전달하는 기술도 기를 수 있다.

적당한 구속이 필요한 경우도 온라인 모임을 선호한다. 일정 기간 꾸준히 이어가야 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 그러한 주제로 꾸려진 온라인 모임을 찾는다. 다이어트 모임이나, 피부관리를 위한 1일 1팩 모임 등은 메신저 앱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모임이다. 일정 기간을 정하고 매일 자신의 식단과 운동량을 메신저 앱의 단톡방에 남긴다. 매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구속과 함께 관리자나 동참자로부터 다이어트 식단과 운동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1일 1팩 모임도 마찬가지다. 매일 팩을 하는 인증 사진을 찍어 메신저 앱에 올리는 대신 다양한 피부관리 정보를 다른 참여자나 관리자로부터 받는다.

화상회의 앱을 이용한 공부하기 인증모임도 있다. 일정한 시간 동안 화상회의 앱을 켜놓고 공부한다. 화상 회의와 다른 점은 화면 가득 참여자의 얼굴이 아닌 책과 손만 보인다는 점이다. 어떤 공부를 하든 상관은 없다. 정해진 시간 동안 화면을 통해 각자의 공부하는 모습을 중계하는 것이 전부다. 이렇게 적당한 구속이 있는 온라인 모임의 경우는 구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참가비를 받기도 한다. 이들 모임의 특징은 주제에 집중한다는 것이며 그 외의 어떤 관계도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필요에 따라 참여하고 필요성이 사라지면 그만두는 자유로움도 있다. 바로 끈끈하지 않은 '느슨한 연대'이다.

온라인 모임으로 읽히는 느슨한 연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환경의 변화가 아니라 이미 형성된 사회 현상이다. 트렌드분석가 김용섭은 '2020년 라이프 트렌드'에서 '느슨한 연대'를 이야기하면서 "끈끈한 연대로 대표되던 결혼이 줄어들고 기업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 인맥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직함과 나이의 위계보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해진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모임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언제나 '직함과 나이'라는 서열이 존재했다. 하지만 온라인 모임에서는 오로지 주제에 집중할 수 있으니 모두가 수평의 상황에서 원하는 것을 누리고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속도를 높인 온라인 모임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온라인 모임을 주제로 한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며, 수많은 욕구들이 모여 새로운 모임을 만들어 낼 것이다. 다시 코로나19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더라도 끈끈한 연대를 기반하는 오프라인 모임은 예전의 영화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이미 위계의 불편함을 알고 있으며, 수평적 관계의 안락함을 누려봤으니 이미 변화의 방향은 정해졌다, 어쩌면 어느 선에서 온라인 모임과 오프라인 모임의 적절한 융합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관계를 만들되 느슨한 연대로 이어가는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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