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권력이 아름답다
절제된 권력이 아름답다
  • 승인 2020.08.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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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경제학박사
‘백약이 무효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많은 약을 쓸지라도 효과가 없어 병이 낫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말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딱 맞을지도 모른다. 문재인 정부출범 이후 3년 동안 21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땜질식 핀셋 규제와 정책 혼선으로 오히려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집값 상승의 원인을 정부의 탓만으로 돌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닐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46%, ‘정부의 정책으로도 잡을 수 없는 시장의 상황 때문에’ 47%로 의견이 엇갈리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는 쪽은 정부·여당이므로 집값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연스럽게 집권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고, 선거를 의식하는 집권여당의 입장에서 보면 악화된 민심을 반전시키기 위한 포퓰리즘정책에 대한 유혹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다급하게 제시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 중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주택 10만호 공급대책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먼저, 정부·여당은 부동산 안정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이어 다음 날인 30일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이 끝나면 추가로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2+2년’을 보장하고, 임대료 상승 폭은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안에서 지자체가 조례로 상한을 정하도록 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시장에서 빚어질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7월 27일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이후 나흘 만에 국회 상임위와 본회의를 그리고 국무회의까지 통과해 시행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둘째, 주택 공급대책으로 10만호 가량을 수도권에 추가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서울 태릉골프장을 주택 부지로 활용하고, 수도권 재건축·재개발 용적률을 높이며, 3기 신도시 용적률도 높이는 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대정부 질문에서 태릉골프장 부지에 청년과 신혼부부 위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 주택 단지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태릉골프장 부지는 부대시설을 포함해 약 83만㎡에 달하며, 정부는 이 지역에 중소형 아파트 약 1만 가구 건립이 가능하지만, 태릉골프장 부지 중 98.11%가 환경영향평가 1·2등급이므로 환경영향평가 3등급 이하 그린벨트를 개발하는 정부 지침과도 맞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면 정책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부족하고 또한 정책의 반대쪽에 있는 야당이나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겨우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익을 어떻게 조정했는지, 태릉골프장의 경우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아파트를 건설하는 것이 중요한지 아니면 자원의 비이용가치인 보존가치가 더 중요한지를 검토해야 하며, 또한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아파트를 지어도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6~7년 이상 필요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역사적 경험에 의하면 자원배분을 시장기구에 맡기면 시장실패가 발생하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게 되면 정부실패가 발생하므로 오늘날 경제정책은 시장과 정부 개입이 혼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정부에 따라 큰 시장 작은 정부 혹은 작은 시장 큰 정부를 추구하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론을 의식해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를 내려는 욕심이 지나쳐 속도전을 외치게 되면 독재나 전체주의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이에크는 저서 ‘예종에의 길’에서 계획경제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국가가 계획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개인은 자신의 일을 계획하기가 더 어렵게 되며, 그리고 특정한 사람들에게 미치는 정부 정책의 정확한 결과가 알려지고 특정한 결과를 정부가 기도하고 있는 경우, 정부는 자신의 판단을 국민들에게 강요할 것이므로 국민 스스로 목적을 추구하도록 돕는 대신 정부가 목적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비판자가 억압되고 대중매체가 조정되며 국민들은 새로 형성된 지배계급 아래 예종하게 된다고 했다.

지난 4·15 선거를 통해 거대여당으로 거듭난 더불어민주당은 승자독식에 취해 자기들 입맛에 맞게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 보다는 좀 더디지만 야당과 국민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보답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상을 가장 잘 다스리는 정치의 방법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것이고,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다투는 것이다”고 했던 사마천의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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