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둥지로 요리를 한다니 - 사람은 무엇을 먹는가
제비둥지로 요리를 한다니 - 사람은 무엇을 먹는가
  • 승인 2020.08.06 2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어렸을 때에 ‘중국 사람들은 책상 다리를 빼 놓고는 다 먹는다.’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또 ‘세상의 모든 산해진미는 중국 요리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들은 적 있습니다. 그리하여 구경은 못했지만 들은 바는 있는 곰 발바닥 요리, 상어 지느러미 요리, 제비집 요리 등을 떠올려본 적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다른 요리들은 그래도 그 모습이 그려지는데 제비집 요리는 도무지 그 형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제비는 진흙을 물어다 집을 짓는데 그걸로 어떻게 요리를 한단 말인가?’

어린 시절 나의 생각은 늘 이쯤에서 멈추어지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일전 텔레비전에서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어 의문의 일부를 약간 풀 수 있었습니다.

트로트를 즐겨보는 아내와 다투느라 이쪽 조금 저쪽 조금 채널을 바꾸어가며 겨우 조금 보았는데 지푸라기가 섞인 울퉁불퉁한 흙 제비집이 아니었습니다.

말랑말랑한 젤리 같은 제비집이었습니다. 제비집이라고는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흰집칼새류의 둥지였습니다. 흰집칼새는 제비과가 아닌 칼새과에 속하는 새로 겉모습이 제비와 아주 비슷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금사연(金絲燕, 금빛제비)’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제비보다 약간 큰 이 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는데 적에게 공격당하지 않으려고 주로 바닷가 깊은 동굴 속 천정에 둥지를 짓고 있었습니다.

일찍이 이런 새들을 보지 못하고 시골 처마 밑으로 찾아온 여름 철새 제비만 보아온 필자로서는 전혀 상상되지 않는 제비집 모습이었습니다.

‘제비집 밑에서는 똥 맞기가 일쑤라!’

이런 속담이 아니라도 울퉁불퉁한 흙덩이로 도대체 어떻게 요리한단 말인가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문명의 이기 텔레비전은 70에 이른 지금에 와서야 그 의문을 풀어주었습니다.

필리핀 해안에 가무잡잡한 피부의 마을사람들 십여 명이 팀을 짜서 줄사다리를 들고 썰물이 진 바닷가 동굴로 들어가서, 밀물이 오기 전에 천정에 달린 칼새의 둥지를 따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그런데 따 내린 둥지 빛깔이 약간 흰빛이었습니다. 둥지는 물고기의 뼈나 해조를 물어다가 침을 섞어서 만들었는데 새들의 침이 섞인 둥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투명해지는데 말랑말랑해졌다가 굳는다고 합니다.

이를 채취하여 물에 담그면 젤라틴과 유사한 질감을 가지는데 점성(粘性)을 지닌 뮤신이라는 성분에 의해 독특한 식감(食感)을 지니게 된다고 합니다. 뮤신은 단당류인 탄수화물로 둘러싸인 단백질로 둥지를 만들 때 사용된 새의 침에 의해 생성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둥지 자체는 아무 맛이 없으나 끓여서 요리하는 과정에서 독특한 향이나 맛을 더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때 재료가 되는 둥지의 가격은 불순물이 섞인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불순물이 가장 적고 반투명한 백색 둥지를 ‘관옌(官燕)’이라 하여 최상품으로 친다고 합니다.

제비집 요리는 청(淸)나라 제6대 황제로 청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건륭제가 매일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 공복에 시원한 ‘제비집 수프’ 한 그릇을 마신 데에서부터 ‘황제의 요리’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건륭제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88세까지 살았고, 중국 역대 황제 중에서 가장 긴 63년이라는 세월을 재위하였다고 합니다. 제비집 스프의 전통은 계속되어 중국의 제11대 황제인 광서제까지 이어져 내려왔고, 광서제의 어머니인 서태후는 평소에 먹는 식사 중 일곱 가지가 제비집 요리였을 정도라고 합니다.

칼새 둥지는 바다로 향해 나 있는 동굴 속에서 채취하는 만큼 어렵게 구하는 재료입니다. 천연물에서 얻어진 단백질과 무기물이 풍부한 제비집 요리는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제공해준다고 합니다.

해초를 물어다 꾸덕꾸덕 말린 다음 침으로 이어 붙여 집을 지은 새들의 지혜는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또한 이러한 요리 재료를 찾아낸 인간의 감각과 노력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요? 모두 경탄해마지 않을 일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