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 교사의 몰입에 주목하라
밀레니얼 세대 교사의 몰입에 주목하라
  • 승인 2020.08.0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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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이제 미국 전체의 인구 비율에서 40세 이하의 사람들이 50%를 넘어섰다는 외신을 읽었다. 작년 11월 뉴질랜드의 20대 의원이 기후변화 연설을 하던 중에 기성세대의 야유에 맞받아치며 생겨난 ‘오케이 부머(Ok, Boommer)’와 같은 말은 한참이나 유행을 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됐거든, 꼰대’ 정도 될 거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꼰대로 비꼬는 말인데, 세계 어디나 세대 갈등은 존재하나 보다.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는 미국의 세대전문가인 Newl Howe와 William Struss가 1991년 펴낸 책 ‘세대들, 미국 미래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었다. 1980년부터 2004년 정도까지의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학술적 용어에서 출발하였지만 국립국어원에서 새천년 세대로 다음은 말까지 나올 정도로 대중에게 익숙한 용어이기도 하다. 이들은 주변의 시선보다 자기의 만족을 즐기며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 이들은 미래를 위한 현재의 희생에 익숙한 기성세대에 비하여 현재의 행복도 중시하는 모습도 가지고 있다. 피터 시핸은 자신의 책 “Generation Y and Surviving”에서 이들 세대가 조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 스스로가 담당한 업무의 주인공이기를 원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다. 이들은 각종 매체, 온라인에 익숙하며 자기주도적이고, 개인의 관심사를 일과 연결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미 교직에서도 꽤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초등교사만 해도 48%선이란다. 학교조직에서 새로운 세대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합리성과 개인성을 바탕으로 졸업앨범의 사진 게재, 연배를 고려한 업무 분장 등 지금까지 이어지던 관행들에 대해서 다른 교사와 마찰을 빚는 세대도 이들일 수 있다. 이들은 전체 워크숍이나 친목 활동, 노조가입 등의 사안에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학교의 어떤 업무에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몇몇 관리자들은 젊은 교사들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학교가 예전 같지 않다는 푸념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밀레니얼 세대는 어떠한 방면에서 남다른 몰입을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등교수업이 어려워지자, 17명의 현직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원격학습채널인 ‘학교가자.com’을 구축하여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매일 새벽 늦은 시간까지 수업안을 작성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콘텐츠는 교육청에서 원격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었다. 참여 교사들은 ‘상부에서 시키지 않은 일이라서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은 교직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전국 단위까지 네트워크를 조직하기도 한다.

내가 알고 지내던 밀레니얼 세대의 한 선생님은 경북지역에서 교사연극모임을 주도하졌더랬다. 사실 ‘주도’라기 보다는 소모임 모든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함께 연극 교육 활동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모임 이름도 ‘소나키워’였다. 소모임이었던 그 단체는 이제는 경북교육청에서 연극교육 관련 직무 연수를 운영하고, 전국적으로 워크숍을 개최한다. 몇 년 전부터는 교사극단을 꾸리고 직접 연극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에 이르렀다.

또, 얼마 전 교사들의 자발적인 모임인 ‘인디스쿨’에서 자체적으로 연구하여 실시한 보고서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 성과는 인상적이었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혼합연구였는데 보통 이런 연구라면 각 교육청에서 정책연구와 같은 타이틀을 붙여서 지원금을 주면서 실시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런 과정과 결과에 결코 뒤지지 않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자기주도적인 세대로 길러진 밀레니얼의 몰입을 엿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교직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여러 언론에서는 2021년부터 밀레니얼 세대 교사들이 교직사회의 주류로 급격한 교체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기업, 서비스업 등에서 새로운 세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데도 학교조직에서는 그러한 시도가 적은 편이다. 학교조직을 이끌어가는 중심 세대가 밀레니얼로 전환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젊은 교사와의 갈등을 단순한 세대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교육의 효과성을 위해서라도 교사의 세대교체 현상에 주목하고, 이들의 몰입을 적극적으로 학교 현장에 가져올 수 있는 정책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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