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자동차-우리들의 일그러진 초상
  • 승인 2020.08.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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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science(97너8975)

안민
작가
나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하여 인간 본성에 대해서, 선과 악에 대해서, 개인과 사회의 정의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작업하고 있다. 도덕, 윤리에 대한 시각과 법은 문화권, 국가,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큰 기준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큰 틀과 나름의 기준을 구축해서 캔버스 속 나의 정의를 실현해 본다.

미디어로 죄에 적합하지 않은 벌의 집행을 접하고 가깝게는 눈앞에서 생활의 부도덕을 쉽게 목격한다. 그 축적들 속에서 스스로의 신념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꼼수를 쓰고 반칙을 하면 영리하다고 하는 사회,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이기심이 가볍게 희화화되는 세태, 몰랐다고 잡아떼고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무너지는 개인 도덕관 등. 그 중에서 가장 쉽고 많이 접하는 자가용에 대한 문제를 드로잉 하고 있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순간 물리적으로 보행자와 운전자, 강자와 약자가 생김으로써 운전자의 강자로써 약자를 대하는 태도, 짙은 선팅의 익명 뒤 윤리 의식, 양심 같은 것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특히 한국의 도시 같이 면적 대비 차량이 많은 곳에서는 불법 주정차 차량이 흔하다. 이들 자체를 모두 “정의 심판해야 한다”라기 보다는 타인에게 극심한 피해를 지속적으로 주는, 일정 합리성의 기준을 들먹여도 이해가 가지 않는 차량을 골라낸다. 나는 차량 번호를 기록하고 가능하면 장소와 시간, 차종과 색도 기록하여 남긴다. 그리곤 온라인에서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은 폐차 이미지를 골라 드로잉을 하곤 차 넘버를 제목에 붙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차량 번호는 보통 본인밖에 모르는데다 저 같은 사람이 작은 고발 아닌 고발을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소재거리가 작품이 되어 나오고 계속 언급이 된다면 작은 변화라도 조금씩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안민 작가는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갤러리 분도, 범어아트스트리트, 웃는얼굴 아트센터 두류갤러리, 스페이스 가창, 2017 아시아프 (DDP, 서울), 수창청춘맨숀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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