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사회가 우려스럽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시되는 사회가 우려스럽다
  • 승인 2020.08.0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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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대구의사회 기획이사
든든한병원 원장
결국에는 강행하려는가보다.
코로나 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특히나 우리 대구 의사회 및 의료진 모두가 사생결단의 심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해 불철주야 희생을 하였으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의사라는 직업에 정말 자긍심이 생기고 국민으로부터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느낀 게 얼마 되지도 않았고 아직도 코로나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긴장을 하고 있는 이때에 정부는 그동안 강행하지 못하고 있던 여러 사안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면서 코로나를 핑계로 우리 의료진 전체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 놓았다.
의약분업 이후 그간 여러 사안들에 우리 의사들은 항상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다는 말에 뒷걸음치면서 정부의 정책에 끌려갔었다.
우리가 선택한 직업의 특성의 한계라고 자위하면서 그래도 국민들을 위해서 희생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항상 양보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전체 물가 상승률에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가 협상에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항상 정부가 정하는 대로 따라왔다.
한 나라의 정책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그냥 먼저 발표부터 해 놓고서는 이제 와서는 대화의 창을 여는 대도 우리가 응하지 않는다면서 또 그 해묵은 레퍼토리인 국민건강을 담보로 파업을 하는 것은 엄중히 단속하겠다고 나섰다.
우리가 언제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우리의 이권만 찾겠다고 한 적이나 있나?
언론에서는 매번 우리 의사들이 마치 돈벌이에 혈안이 된 것으로 보도한다.
정부에서 말하는 OECD 국가의 평균에 못 미친다는 의사 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의사들의 지역별 분배의 문제가 더 크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그들의 귀에는 단지 숫자만 보이나보다.
우리나라만큼 의료 접근성이 좋은 나라는 없다고 본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아마 충분히 입증이 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의료 특성상 전문의 비율이 상당히 높고 환자들이 병원 문턱을 넘기가 그 어느 나라보다 쉽고 빠르다.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 일본, 유럽의 많은 나라들을 보라. 코로나로 치료하는데 우리나라만큼 빠르고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에 성공한 나라들이 있나? 의사들의 사명감 또한 그 어느 나라보다 투철하다고 본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대도시에 몰려 살고 있고 의사들도 그에 따라 대도시에 편중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걸 해소하기 위해 현재 공중보건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래도 부족하니 공공의료 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수년 전 시행하고 현재는 실패로 돌아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 인해 많은 의사들이 이미 군복무를 마친 상황에서 의사가 되어버려 최근 몇 년간은 공보의 뿐 아니라 군의관 수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여기에다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몇 개의 공공의료원들도 매년 적자에 시달려 폐업을 고려하는 상황인데 단지 의사 수만 더 뽑는다고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제도라고 생각을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 대부분의 의사들도 한 가정의 가장이며 생업이다. 환자도 없는 도시에 병원을 운영하라는 거 자체가 시장경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 얘기하듯 매년 400명의 의대생을 더 뽑아서 10년간 지역에서 봉사하도록 한다는 말은 빛 좋은 개살구다.
만약 그렇게 뽑힌 자원들이라 하더라도 의사면허를 받고 인턴, 레지던트의 수련기간 및 펠로우까지 거치게 되면 거의 7-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리고 남은 2-3년 정도 지역에서 봉직의나 공공의료기관에 일을 한다고 해도 10년을 채우자 마자 대도시로 몰려 올라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얘기다. 결국에는 다시 대도시에만 의사 수가 증가하는 기현상이 발생할 것이며 결국에는 자신이 선택했던 필수의료과목(과연 필수 의료과목이라는게 있기나 한 건지 잘 모르겠다. 필요하지 않은 과는 없다.)에 대한 진료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그들 역시 지금처럼 결국에는 생업이기에 돈을 많이 버는 과로 개원을 하든지 아님 대도시의 큰 병원으로 취직을 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정부에서 말하는 의대생을 늘여서 필수의료 과목 진료를 늘이거나,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 안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망상이며 사회주의,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 국민이 고생하는 이 시기에, 최전선에서 이 사태를 막아내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응원을 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불과 며칠 사이에 결정해서 발표부터 해버리고는 그냥 밀어붙이기만 하는 정부의 행태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
8월 7일 전공의들의 파업이 결국 이루어졌다. 그 많은 전국의 전공의들이 단지 밥그릇 싸움을 하기 위해 병원을 떠났다고 생각하지 말라.
공공의료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의대생 확충이 아니라 현재 의료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부터 의료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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