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과태료
  • 승인 2020.08.1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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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란
주부


가끔 억울할 때가 있다. 원칙과 양심을 지키려다가 손해를 보는 경우가 그럴 것이다. 그런 예에 해당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원칙을 지키려다가 억울함을 느낀 일이 최근 홍희에게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무지’였긴 했지만 좀 억울했다.

홍희 직장에 주차장은 50대를 수용할 수 있다. 직원이 50명을 넘으니 차를 갖고와도 주차장에 다 댈 수 없어서 늦게 오는 사람은 길거리에 주차하는 경우도 있다. 홍희는 정시보다 일찍 출근을 하고 일찍 퇴근을 하기에 그리고 초보이기에 차가 많은 주차장은 혹시 모를 접촉 사고가 날까봐 피하고 기계식 지하주차장을 이용한다. 처음에는 들어갈 때 쇠로 된 바닥이 무너질까봐 겁도 나고, 나올 때 덜컹하는 느낌이 무서웠지만 익숙해지니 아무렇지 않았다.

홍희 직장에 오는 고객들이 많은 기간이 있었다. 고객들은 차를 가지고 왔다. 주차장입구에는 대기하는 차량이 줄을 지었다. 한 대가 나가고, 한 대가 들어오는 시간은 오래 걸렸다. 주차관리 아저씨들은 이리 왔다 저리 갔다 차량을 통제하느라 힘든 표정이었다. 직원들 차만해도 수용이 힘든 상황에 고객들이 많이 오는 기간이 겹치니 직장에서 자체적으로 주5부제를 실시했다.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하는 주5부제는 경차는 제외다. 그러나 고객들을 수용하기가 어려워 주5부제를 실시하기에 제외되는 차량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고, 전 직원이라는 내용이었다. 협조를 당부했고, 홍희는 협조하기로 했다. 월요일 부제가 해당되는 날이었다. 비가 많이 왔다. 비가 오는 날은 아직 초보에겐 초집중을 요하는 날이다. 지하주차장과 건물 뒷 편 야외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없고 골목에 주차장소를 찾아야 해서 다른 날보다 5분 일찍 출근했다. 비가 와서 차선변경이 어려웠다. 아이를 인도에 내려주고, 1차선으로 진입해야했는데, 차가 밀렸다. 그 틈으로 끼어들기 하는 것이 고난이도였지만 차가 끊이지가 않아 시도를 해야했다. 다행히 차들의 속도가 느리고 차선변경 신호를 보고 양보를 해주어 쉽게 1차선까지 진입했다. 그리고 직장 뒷 편 길 한 쪽으로 차를 붙여 세웠다. 통행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차를 바짝 붙이는 것이 힘들어 직장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오는 날 비를 맞으며 직장동료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차를 주차했다.

퇴근시간이 되었으나 일이 많아 9시까지 일을 해야했다. 8시쯤 어두워지니 골목을 빠져 나오다가 맞은편에 차가 오면 어떡하나하는 염려에 차를 직장 앞으로 이동시켰다. 지하주차장에 넣으려다가 주차관리 아저씨가 밤늦게 들어오는 차에 놀라서 나오는 번거로움을 피하고자 직장 앞에 세웠다. 직장에서 출장으로 쓰는 차량이 서 있는 옆에 세워 두었다. 주5부제 차량에 경차를 제외되는 것이 아니냐고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부제에 해당되는 차번호가 지하주차장과 뒷 편 주차장에 서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홍희도 편하게 주차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혹시나 출차를 당할까 염려가 되었고, 고객이 한 명이라도 더 주차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의 편리함을 버리더라도 남을 위해 지킬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지키고자 했다. 조직에서 정한 기준에 최대한 협조하고 따르기로 했다. 몸은 힘들어도 그게 정신적으로 편했다.

그렇게 고객을 위한 주5부제가 끝나고, 에너지 절감차원에서 주5부제가 시행되었고, 경차는 제외였기에 홍희는 당당하게 지하주차장을 이용했다.

그런데 뜻밖의 과태료고지서를 받았다. 직장 앞으로 이동해서 잠시 주차해 두었던 곳이 인도여서 과태료가 부과된 것이다.

바로 그 날이었다. 인도에 주차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무지가 빚은 과태료였지만 속상했다. 비 오는 날 힘들게 주5부제를 지키려고 애썼던 순간순간이 생각났다. 좀 억울했다. 그러나 어쩔것인가. ‘무지’는 과태료고지서의 의견진술 대상은 아니었다. 홍희는 속상했지만 과태료를 납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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