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9일, 내일 경신
북극 이상고온 발생으로
한반도 주변 기류 변화 탓
10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중부지방은 이날로 1987년과 함께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가 됐다. 중부지방 장마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질 전망이어서 33년 만에 1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부지방에서 장마가 가장 늦게 끝난 해는 1987년(8월 10일)이다.
역대 최장 기록도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중부지방에 장마 기간이 가장 길었던 해는 49일을 기록한 2013년이다. 올해 중부지방 장마는 지난 6월 24일 시작해 이날까지 48일째 이어지고 있다. 11일엔 2013년 기록과 같아지고 오는 12일부턴 이를 경신하게 된다.
남부지방 장마도 중부지방과 같은 지난 6월 24일 시작했다. 기상청은 일단 7월 31일까지 38일간 지속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중부지방 장마 종료 후 변동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남부지방 장마철이 가장 길었던 해는 2014년(46일)이다. 제주는 이미 역대 최장 장마를 기록했다. 올해 제주지역에선 장마가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간 이어져 1998년 47일 기록을 넘겼다.
대구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중부지방 장마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제5호 태풍 ‘장미’가 지나간 후 장마전선이 북상할지 다시 기류 변화로 남하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장마가 유독 길고 국지적으로 강하게 내리는 형태를 보이는 것은 지구 온난화와 떼놓고 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북극과 시베리아에 먼저 이상고온이 발생하면서 한반도 주변 기류가 변했기 때문이다.
북극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올라 빙하가 녹고 지면이 드러나 햇빛을 받아들이면서 따뜻한 공기가 정체되는 ‘블로킹 현상’이 발생했고, 북극과 중위도 간 온도 차가 줄어 찬 기류가 동아시아로 넘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 폭우가 쏟아지는 파생 효과를 낳았다.
북극과 시베리아 이상고온의 원인은 명확하게 규명하기 어렵지만 지구 온도가 오르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공통적이다. 지구 온난화가 진전되는 만큼 폭염, 폭우 등 극단적 기상 현상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 견해다. 지구 기온이 높아지면서 대기에 수증기 양이 많아지고 지표면은 건조해진다는 논리에서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살펴보면 전지구 평균 지표온도가 1880~2012년 동안 0.85도(℃) 상승한 반면, 우리나라는 1912~2017년 동안 약 1.8도 상승해 전지구 평균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기상청도 국내 기상 특성에 관해 “북극 고온현상과 블로킹으로 우리나라 주변에 찬 공기가 정체했고 따뜻하고 습한 공기인 북태평양고기압이 북상하지 못했다”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 확장이 지연되는 가운데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나 정체전선이 자주 활성화되면서 장마철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