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장마, 지리한 전염병, 지리한 정책들
지리한 장마, 지리한 전염병, 지리한 정책들
  • 승인 2020.08.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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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청
부국장

올해 장마는 얼마나 길었는지, 비만 생각하면 지긋지긋 해진다. 국토 중부권과 남부권을 가릴 것 없이 고루고루 물난리를 겪다보니 오랜만의 햇살이 고맙기까지 하다. 오랜 장마로 채소 값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제 철 과일도 싱거워 빠졌다. 여름도 없이 곧 다가올 올 추석까지 과일값 역시 치솟을 것이란 예보다. 날씨가 비정상적이다 보니 이것저것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

무엇이든 제 때가 있는 것이고, 상식을 넘어 제 철이 길어지면 사람들에게 몹시 피로감을 주게 된다. 이번 장마가 그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코로나 전염병이 그렇다. 하지만 지루하다 못해 위협적이었던 장마도 이제 지나가고 또 계절은 슬슬 바뀔 채비를 한다. 전 세계를 휩쓸며 온 인류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꿔 놓은 코로나19도 언젠간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휴가 피크 기간을 맞았어도 장마와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 못한 많은 이들은 기분이 몹시 떨떠름하다. 코로나 전과 코로나 후로 앞으로의 시대 양상이 나뉠 걸 생각하니 이 상황을 제대로 아갈 수 있을지 걱정도 앞선다.

어디 계절과 전염병만 그럴까. 정치나 국정도 마찬가지다. 모든 게 제 때가 있고 제 철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성과도 없는 방식으로 끝없이 같은 일만 죽 해대는 데는 신물이 난다. 검찰의 독립을 위해서였든 검찰의 종속을 바라서였든 검찰 개혁을 꺼내들었으면 지켜보는 국민들이 이해하게끔 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아니 그 이전부터 검찰 개혁을 부르짖던 이 정부의 검찰 개혁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언제 끝이 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 와중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막가파 식' 검찰 인사가 자행되고, 정치권에 줄을 잘 댄 검찰 인사들은 속속 조직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치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검찰권 행사를 주장하거나 실행해 온 이들은 보기 좋게 잘려 나가떨어졌다. 오롯이 독립적으로 운용되어야 할 수사기관이 정권의 해바라기가 되어 동쪽으로 눕다가 서쪽으로 눕기를 반복하는 일이 매우 자연스럽게 반복 될 기초가 다져진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하다. 이 정권의 실력자들이 아무리 잘못된 행위를 했더라도 그 행위 자체를 자세히 해부해 만천하에 내보이고 법에 따라 준엄하게 처벌토록 제대로 난도질 할 칼잡이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줄줄이 내동댕이쳐졌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누구누구 라인이란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한다. 알게 모르게 만들어 낸 자신의 라인은 모두 기운을 북돋워 놓고, 다른 라인은 모조리 섬멸한 장수의 기개가 이토록 독보적으로 이기적이다.

이제는 지겹다 못해 우습기까지 한 부동산 정책은 또 어떤가. 집 값을 잡겠다며 정권을 잡은 이 정부가, 집 없는 사람과 집 한 채 가진 국민, 그리고 집이 여러 채인 사람들 모두를 골탕 먹이고 있는 주택정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철저히 시장의 논리와 공급의 전술은 외면하고 억압과 규제만 들이대 왔다. 이제는 부동산 감독기구까지 만들어내려 한다. 스무 번이 넘게 정책을 새로 내놔도 잡지 못하는 부동산 때문에 온 국민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데, 더 가관인 것은 이 스트레스가 언제 끝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정책의 효과가 곧 나올 것이란 말만 몇 년째 되풀이 하고 있다. 어제도 여당 대표는 전월세 시장이 올 연말까지 안정될 것이라고 되뇌었다.

국민들은 좌든 우든 이념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정부가 우리를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느냐 아니냐'다. '나와, 내 나라가 평안한가'다. 그것이 가장 큰 관심사고, 그것만으로 정부가 '잘한다', '못한다'의 잣대를 삼는다. 대부분 서민들의 아이들이야 어떤 고난과 역경 속에서 학업을 완성하든 말든 이 정부 고위 공직자의 아이는 각종 편법으로 학업을 완성해도 아무도 잘못을 지적해서는 안된다. 많은 이들이 틀렸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맞다고 우긴다. 그러니 국민들의 호응을 못 얻는다. 소주성 때문에 힘들다고 국민들이 아우성일 때 소주성 덕분에 우리 경제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정부를 국민은 믿지 못한다. 북한의 핵은 꼼짝도 안하는데 평화만 외치니 국민들은 동의할 수 없다. 그 와중에 탈북민이 다시 북한으로 왔다갔다 해도 국방부는 알지도 못한다. 민주주의가 맞는지, 자유민주주의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민들은 내 나라에서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긍심을 갖고 살기를 원한다. 부끄럽게도 우리나라 외교관이 외국에서 성추행을 저질러 그 나라에서 비난을 사는데도 정부는 그를 감싸기만 하다가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니 그제야 수습에 나선다. 끝도 없는 집값 상승을 투기꾼 탓으로 몰아가다가 청와대 참모와 장관들이 그만 여기에 해당하자 자가당착에 빠지고 만다. 그래서 국민들은 또 분노한다. 이러니 '포퓰리즘에 제 발등이 찍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권의 한 중진은 "내각은 법무 난맥상, 대북 난맥상, 외교 난맥상, 국방 난맥상, 경제 난맥상, 부동산 난맥상... 이 정부 전체가 난맥상으로 치명상을 입고 비틀거리고 있다"고 하면서 "이미지 정치가 이렇게 나라를 망치는데도 (이 정권은)아직도 이미지 정치에만 집착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들은 이미지나 환상 같은건 바라지 않는다. 실제(實際)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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