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원림’으로 표현한 무너진 일상…봉산문화회관 ‘폐허, 물과 나무의 정치학’展
‘실내원림’으로 표현한 무너진 일상…봉산문화회관 ‘폐허, 물과 나무의 정치학’展
  • 황인옥
  • 승인 2020.08.11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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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인한 재난 상황 구현
예술가 5인, 철근·나무 등 사용
김호성작-상상의싹
김호성 작 ‘상상의 싹’

강대영작-물소리
강대영 작 ‘물소리’

대구 봉산문화회관 기획 ‘헬로! 컨템퍼러리 아트(Hello! Contemporary Art)-폐허, 물과 나무의 정치학’전이 대구 봉산문화회관 야외광장, 1~3층 실내계단, 2·3층 1~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코로나 19로 인해 세계가 겪고 있는 상실과 단절, 해체의 재난을 황량한 ‘폐허’의 상태로 설정하고, 예술가들의 실험적인 재구성을 통해 시각화한 것이다. 참여작가는 박휘봉·방준호·강대영·이기성·김호성 등 5명이다.

작가 박휘봉은 1층 광장에 야외원림 ‘폐철근 수조’를 설치했다. 연못이나 개울을 연상케하는 물이 흐르는 수조에는 근대적 도시발전의 상징이기도 한 콘크리트 건축물의 철거 잔해물인 폐철근을 넣어 새로운 조형적 생명으로서 재구성했다. 폐철근은 ‘폐허’의 상징이지만, 작가의 손길에 의해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매력있는 선과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는다. 결국 박휘봉의 수조는 폐허와 자연 생명의 물이 만나는 상징으로서 야외원림이다.

방준호는 야외광장에서 실내로 이어지는 출입구와 1~3층 계단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거나 엮어 쌓아놓은 타다만 통나무를 설치했다. 일명 실내원림 ‘태운 나무’인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연 생명체로서 나무를 베어내고 불에 태워서 검게 그을린 상태를 은은한 후각적 자극과 함께 제시, 생명성이 상실되어가는 폐허로서 동시대의 상징적 속성을 관객과 공감하도록 이끈다. 그는 “우리의 현재가 폐허일 수밖에 없다면 그 자체를 재구성하여 새로운 길을 구축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한다.

강대영은 전시실 바닥에 설치된 수백 개의 냄비와 냄비를 두드리는 시끄러운 소리, 그리고 시끄러운 소리가 조용해진 이후에 자연의 물소리가 들리는 실내원림 ‘물소리’로 찾아온다. 우리가 역사,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경험하는 동시대의 ‘폐허’와 그에 대한 두려움을 집단적이고 반복적인 소리로 표현했다. 작가는 산업화와 근대화, 대량생산, 새마을운동 등의 구호와 함께 과거의 영광과 정치적 긴장감을 기억하게 하는 이 장치를 통해 정신적 심리적 ‘폐허’를 연상시킨다.

이기성은 전시실 바닥에 수백 개의 커다란 나무뿌리가 뒹구는 사태를 짙은 폐허의 감수성을 직접적으로 담아낸 실내원림 ‘나무뿌리’를 설치했다. 뿌리에서 떨어진 흙과 잘려 나간 잔뿌리가 주변에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상황과 뒤집히거나 무질서하게 엉켜있는 뿌리, 톱으로 밑둥까지 자른 나무 단면의 속살이 적나라한 폐허를 증거한다. 동시대 사회의 곳곳에서 발견되는 폐기와 해체, 단절, 표류의 상황들이 버려진 나무뿌리로 상징한다.

김호성은 의 용도를 다하고 버려지거나 폐기된 산업용 공구, 기계부품, 생활 속의 잡동사니들을 조합하고 조립해 만든 인물과 동물, 비행기 등이 나무와 만나는 실내원림 ‘상상의 싹’을 설계했다. 작가는 설계를 통해 재생과 꿈을 향한 인간 행위의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린다. 자신이 선보이는 정크아트의 설정들이 가치 있는 상상의 싹을 틔우는 생명력이기를 희망하고, 그 상상의 싹이 새로운 변화의 근거가 되고 세계를 재구성하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전시는 15일까지. 053-661-3526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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