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기간 장마와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를 계기로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기능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가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기능에 대한 실증분석에 나서기로 했다.

환경부는 12일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실증적 평가 방안을 마련해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실증분석을 통해 이번 홍수 때 보의 운영 결과와 상·하류 수위측정자료 등 현장 관측 자료를 분석해 실제 홍수 상황에서 보의 영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이번 홍수 때 실시간으로 이뤄진 각 댐의 유량, 수위 관측 결과와 과거 축적한 자료를 활용해 보 설치 전후를 비교하면 보가 홍수 조절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 4대강 보의 홍수 영향을 검토한 적이 있지만 이는 실제 홍수 시 측정한 것이 아니라 가상 홍수를 모의하고 해석모델을 통해 계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를 제외한 제방이나 다른 시설물들은 홍수 조절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고, 유역마다 평가하는 방법도 다르다”며 “이런 부분들도 여건이 되면 실증 분석을 통해 평가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현재로서는 과거 분석 자료 이상으로 4대강 보의 홍수조절기능에 대해 언급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홍수 피해가 대부분 지류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았다면 홍수 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곤란하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4대강 사업에서 빠진 섬진강 유역의 홍수 피해가 컸던 것은 하천 계획빈도 이상으로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자 여야와 시민단체는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기능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섬진강 등지에서 홍수 피해가 커진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4대강 사업을 반대한 탓이 크다”고 책임론을 펴고 있고, 민주당은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수해를 유발한 것”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 보가 홍수 조절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실증·분석할 기회”라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깊이 있게 조사·평가를 당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역점 과제였던 4대강 사업을 조사하면서 홍수 예방 기능을 검증한 바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홍수 예방과 큰 연관이 없다고 밝혔고, 2014년 국무총리실 산하 4대강조사평가위원회는 홍수 위험이 줄었지만 계획에는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18년 감사원은 “4대강 사업 후 강수량이 적어 홍수피해 예방효과의 객관적 분석이 어렵기 때문에 홍수피해 예방 편익은 없다”면서도 이를 토대로 예방효과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지난해에는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와 강원대·인제대 연구에서 4대강 보를 해체할 때 홍수조절능력이 개선된다는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