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었어요?
아침 먹었어요?
  • 여인호
  • 승인 2020.08.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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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먹었어요? 저만치서 또 한 아이가 옵니다. 육칠 미터 앞까지 오기를 기다립니다.

“사랑합니다.”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서 ♡ 모양을 만들면서 큰 소리로 말합니다.

“사랑합니다.”

아이도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답을 합니다. 하지만 왠지 힘이 없어 보이고 얼굴색도 그리 밝지가 않습니다.

“아침 먹었어요?”

무릎을 구부려서 아이와 눈높이를 같게 해서 물었습니다.

“못 먹었어요.”

“왜?”

“엄마가 안 해 줬어요.”

“엄마가 왜?”

“피곤하데요.”“…….”

울컥해서 잠시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배고프지 않느냐고 물을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당연히 배고픈 아이에게 배고프지 않느냐고 묻는 것은 아이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래, 공부 잘 하고 점심도 맛있게 많이 먹어라.”

“예.”

남자 아이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표시로 준비한 화분을 따라 학교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아침 등굣길에 아이들을 만나면 여러 가지를 물어봅니다. “사랑합니다.”, “아침 먹었어요.”, “공부 잘 하고 점심 맛있게 많이 먹어요.”, “고개 들고 파이팅.”등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사랑합니다.”라는 인사말을 하고,“아침 먹었어요?”를 묻습니다. 아이들이 오는 게 뜸할 때는 꼬치꼬치 몇 가지를 물어보기도 합니다.

아침을 먹은 아이들은 대답이 빠르고 묻지 않는 것을 말하기도 합니다. “예”, “예, 먹었어요.”, “미역국하고 먹었어요.”, “우유하고 빵 먹었어요.” 등입니다. 힘도 있어 보입니다.

아침을 먹지 않은 아이들은 대답을 하지 않거나, 뜸을 들이다가 말합니다. 목소리도 작습니다. “…….”, “……. 안 먹었어요.”, “늦게 일어나서 못 먹었어요.”, “밥이 없어서 못 먹었어요.”, “원래 아침 안 먹어요.” 등입니다.

아침을 못 먹었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영호는 제일 좋아하는 시래깃국이 생각났습니다. 선고(先考)께서는 영호가 5학년 때 지게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겨울방학이면 아침에 시래깃국 한 그릇을 먹고 오전에 나무를 한 짐 했습니다. 점심도 시래깃국입니다. 그 힘으로 오후에도 나무를 한 짐을 하곤 했습니다. 시래깃국 국물을 어느 정도 먹은 다음에 밥과 고추장을 넣고 비벼서 게 눈 감추듯 먹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지금도 아침은 밥과 시래깃국의 일식일찬입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은 하루의 시작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든든한 아침밥을 먹고 안전하고 행복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를 소망합니다.

“여러분은 제 때 식사를 하십니까?”

“사랑은 제 때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대구교동초교장-김영호


김영호 대구교동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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