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묘사·원근법을 벗어던진 그녀…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김성향展
균형·묘사·원근법을 벗어던진 그녀…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 김성향展
  • 황인옥
  • 승인 2020.08.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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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 탈피한 평면 작품 30여점
형상은 미니멀, 색채 화려해져
추상성·관념성 등 ‘큰 무게감’
자연이 주는 치유효과 화폭에
김성향-작Forest in Red
김성향 작 ‘Forest in Red’

설핏 보면 색채에 눈이 먼저 황홀감에 빠진다. 푸른 물기 뚝뚝 떨어지는 청록, 불타는 청춘의 찐분홍, 가슴을 휘젓는 샛노랑. 대지 기운 충만한 흑색이 유혹하듯 반짝인다. 색이 주는 시각적 유희에 마음을 빼앗길 때쯤에 이번에는 어슴푸레하게 드러나는 형상이 마음을 낚아챈다. 한여름의 숲, 봄의 찔레, 제주 유채, 불타는 진달래의 풍경에 꼭곡 걸어잠갔던 마음속 마지막 빗장까지 허물게 한다. 작가 김성향의 작품이다. 작가가 “내 맘속에 숨어있는 자유가 반란을 일으킨 것 같다”고 했다.

서양화가 김성향 개인전이 대구 수성아트피아 후원으로 23일까지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8회 개인전 이후 9년 만에 열리는 이번 9회 개인전에는 지금까지 추구했던 조형의 기본원칙을 벗고 2차원 평면으로 풀어낸 신작 30여점을 걸었다.

9년만의 전시여서 그럴까? 화풍이 확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색채와 형상. 완전한 추상이라 하기에는 여전히 구상적 요소를 유지하고 있지만 색면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전작에 비해 형상들이 훨씬 간결하고 미니멀해졌다. 색채도 더 화려해지고 보다 자유로워졌다. 특히 조형화면과 무게의 균형, 정확한 묘사, 원근법, 색의 조화라는 그동안 천착해왔던 화풍을 과감하게 벗었다. 하나같이 색, 형상, 원근으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한 것 같은 작품들이다.

작품의 소재는 자연이다. 작가는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 지극히 개인적인 심상의 풍경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말하자면 자유롭고 호방한 관념의 연상작용의 결과인 관념 풍경화쪽에 가까웠다. 전작에 비해 색과 형상에서 추상성이 더 짙어진 신작들에서 관념성은 더욱 무게감을 높였다. 특히 코로나 19 사태를 겪으면서 심산유곡에 돌보는 이 없어도 고고한 자태로 꽃을 피워낸 자연을 대하며 자연의 숭고함에 새삼 감탄하면서 숲속 자연의 치유적인 차원을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다.

작가는 “작가 생활의 끝에 가지는 마지막 깨달음이 되는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숲에는 코로나 팬데믹 같은 바이러스 터널이 있을 리 없다. 숲은 오직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아를 되찾을 수 있는 소중한 카타르시스의 공간일 따름이다. 나봄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그녀에게 숲은 모성애의 집이자 삶의 치유처이며,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색은 피안의 세계였다.

화가의 꿈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시작됐다. 5학년 담임 교사가 화제를 던지며 “그려보라”고 해서 그린 그림이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는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중·고등학교에서 미술부 활동을 했고, 대구가톨릭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했다. 화가의 꿈을 키우는데 영향을 준 인물은 처음 그녀의 재능을 알아봐 준 스승과 작가의 어머니였다. “6학년때 큰 대회에 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어머니께서 2단짜리 크레파스를 사 주셨을 만큼 어머니는 미술에 대한 감수성이 남다르셨다.”

9년만에 다시 개인전을 열게 된 것도 어머니의 가르침이 있었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90이 넘은 나이에 2년 가까이 요양병원에 누워 계신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침대에 누워계신 어머니가 내게 주시는 메시지가 무언가를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때 나는 여전히 젊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머니로부터 깨달음을 얻자 작업을 하고 전시를 해야 겠다는 결심이 섰다. “지금까지 붓을 잡았는데 나이 들었다고 힘이 빠질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더 열심히 작품해서 전시를 하고 싶었다.”

작가가 추상과 구상을 넘나들며 심상의 자연 담아낸 신작들에 애착을 보였다. 색이나 형상, 구성을 마음 가는 구사할 수 있어 무궁무진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만족감을 표했다. “처음 시도하다 보니 흥미롭고,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 즐겁다. 앞으로 숲일 수도 있고, 심상의 세계일 수도 있는 세계가 다양하게 변주될 것 같다.” 문의 053-666-3259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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