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가르쳐 준 것들
자연이 가르쳐 준 것들
  • 승인 2020.08.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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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BDC 심리연구소 소장
올해 2월에 전역을 하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하고 거의 집에서만 생활한 22살의 아들과 나, 둘이서 한국의 산티아고 길이라 불리는 ‘해파랑 길’을 7일 동안 걸었다. 해파랑 길은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출발하여 동해안 해안가를 따라 강원도 통일전망대까지 770km를 걷도록 개발된 둘레길이다. 늘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번에 아들과 둘이서 걷게 되었다. 우리는 하루 평균 20km를 걸으며 해안가를 걸었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의 테마는 ‘길 위 학교’라고 이름 붙였다. 개방된 공간, 길 위에서 공부를 해보자는 뜻이었다. 길 위 학교의 학생은 아들과 나 둘 뿐이고 선생은 바람, 햇살, 비, 나무, 풀, 파도 등 수없이 많이 있었다. 자연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을 이제 여러분과 나눠보겠다.

길가에 돌이 가르쳐줬다. “더 단단해지세요. 모진 비바람에도 견뎌내고 이겨 내세요” 바람이 가르쳐 줬다. “보이지 않게 자신을 드러내세요. 굳이 당신을 알리려 하지 말고 보이지 않게 주위에 영향을 주세요.” 늘 그 자리 그곳에 있지만 늘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나무가 가르쳐줬다. “변화는 있으되 변함은 없으시길 바랍니다.” 꽃이 가르쳐 줬다. “벌과 나비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늘 향기를 가지고 있으세요.”

출렁이는 파도가 가르쳐줬다.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하고, 두 번이 안 되면 세 번 네 번 계속해보세요.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될 겁니다.” 밀물과 썰물이 가르쳐 줬다. “나설 때와 물러설 때가 있습니다. 그 흐름을 잘 기억하세요.” 뜨거운 태양이 가르쳐줬다. “뜨겁게 사랑하세요. 처음 사랑하듯 사랑하세요.” 달빛이 가르쳐줬다. “은은한 빛으로 세상을 비추세요. 그 빛으로도 세상을 충분히 밝힐 수 있습니다.” 별이 가르쳐줬다. “혼자 빛나지 말고 함께 빛나세요. 함께 빛 날 때 우리는 아름다워요.”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가르쳐줬다. “바람을 등지려 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세요. 그래야 하늘을 날 수 있어요. 그 바람이 당신을 더 높이 날게 해 줄 겁니다.” 길 가에 핀 이름 모를 꽃이 가르쳐 줬다. “어느 누가 보는 이 없고 몰라줘도 당신은 예쁘게 피어 있으세요. 어느 날 당신의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분명 나타날 겁니다.” “예쁜 꽃을 보거든 꺾으려 하지 말고, 예쁜 눈으로 그저 바라봐 주세요.” 이름 모를 잡초가 가르쳐 줬다. “어떻게든 살아내세요. 핑계 대지 말고 이겨내고 살아가세요.”

비가 가르쳐줬다. “당신이 태어난 곳, 당신의 고향, 부모 곁으로 다시 돌아가세요. 원래 당신이 있어야 할 그곳으로 다시 너의 자리로 돌아가세요.”

힘겹게 오른 계단이 가르쳐 줬다. “걱정 마세요. 올라온 만큼 내리막이 있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잖아요.” 끝없이 펼쳐진 계단이 가르쳐 줬다. “미리 겁먹고 포기하지 마세요. 저기 멀리 있는 계단을 보지 마시고, 바로 앞에 있는 한 계단만 보고 올라보세요. 그럼 언젠가는 정상에 서 있을 테니까요.” 내려가는 계단이 가르쳐 줬다. “편하게 내려갈 수 있는 것은 열심히 올랐던 것에 대한 보상입니다. 하지만 좋아만 하지 마세요. 편하게 내려온 만큼 언젠가는 올라야 할 때가 올 테니 그때를 위해 잠시 힘을 비축해두세요.”

경계하는 고양이가 가르쳐줬다. ”저의 영역을 침범 말아주세요. 그냥 멀리서 눈인사 건네고 제가 허락하면 들어와 주세요. 너무 쉽게 예의 없이 동의 없는 침범은 삼가 주세요.” “지나친 관심이 저를 더 힘들게 합니다. 우리가 가까워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요.” “처음에는 멀리서 눈을 맞춰주세요. 가만히 먼발치 앉아서 서로의 시간을 가져주세요. 그리고 좀 더 그 머무름이 익숙해지면 그때 저를 조심스럽게 불러 주세요.”

바닷가 평상에 앉아서 지나는 이들 구경하며 앉아 계시는 할머니께서 가르쳐 줬다.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잡지 마세요. 때가 되면 올 것이고, 때가 되면 지나갈 것이니 너무 애쓰지 마세요.”

자연은 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입은 작게 열고, 눈과 귀를 좀 더 크게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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