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간 공감·연대 가치 피력
미국 철학자 리처드 로티(1931~2007)가 1989년 출간한 책으로 진리와 이념보다는 개인들 간의 공감과 연대가 새로운 공적 가치로 여겨지는 시대 전환을 예견하고 이를 옹호하는 논지를 펼친다.
저자는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의 어휘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초창기에는 지극히 중요했으나 이제는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제약해 민주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필연적 진리보다 역사적 우연성에, 이념보다 상상력에 초점을 맞출 때 어떻게 새로운 상상력이 ‘우리’의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연대를 창출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연대는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우리’를 확대해가는 문제다.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그들’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하나’로 보게 하는 이 과정은 낯선 사람들이 어떠한지에 대한 상세한 서술의 문제이자 우리 자신들은 어떠한지에 대한 재서술의 문제이다.
저자는 이것이 이론의 과제가 아니라, 이야기(narrative)의 과제, 즉 소설, 영화, 저널리즘, 다큐드라마 등의 과제라고 말한다. 요컨대 이론이 아니라, 이야기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사적인 자아 창조의 추구와 공적인 연대의 희망을 이론적으로 결합할 수 없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어판은 지난 1996년 처음 출간됐다가 절판됐으나 로티에 대한 재조명 움직임이 활발한 추세를 고려해 일부 용어의 번역을 재검토하고 내용을 가다듬어 이번에 개역판으로 다시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