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제도변화, 단디 준비하는 주민자치
더딘 제도변화, 단디 준비하는 주민자치
  • 승인 2020.08.19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사람이 먼저인가, 제도가 먼저인가?

분권이 먼저인가, 참여가 먼저인가?

국가의 미래, 지역의 미래, 마을의 미래는 누가, 어디서 만들어야 할까.

주민이 생활환경 결정의 주체가 되는 주민자치회 활동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생활자치를 실천하고자 성장하는 전국의 주민자치회가 우리의 미래다.

지방분권을 위한 법적, 제도적 변화는 더디다. 국가의 미래, 사회의 질서를 만드는 정치권의 관심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핵심을 비켜가는 정치적 수사만 가득하다.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 지경이다. 제도적 노력이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뒷걸음질 하는 상황에서 그 기다림의 시간을 주민활동으로 단단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 물론 이 또한 제도적 지원이 없으면 어렵다는 점에서 절망적일 때가 있지만 꽃이 피어나듯 주민들이 깨어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에 희망을 갖는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주민자치회 시범운영은 지난 6월 기준으로 110개 시군구 626개 읍면동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의 주요활동은 주민을 공개모집하여 학습하고 논의하는 활동을 통해 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재원을 확충하는 일 등이다. 이전의 주민자치위원회를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서울시과 경기도가 각각 171곳, 104곳으로 많으며 충남과 경남이 64곳, 48곳으로 활발한 전환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구는 현재 6개 동에서 주민자치회 시범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광역시는 인천 70개, 광주 32개, 대전 21개, 세종 10개, 부산 10개, 울산 4개 등이다. 수치만 보더라도 대구는 좀 더 분발해야 한다.

지역에서는 비산2·3동이 시범사업 이후 처음으로 ‘제1회 주민총회’를 개최하였다.

지난달 21일 18시 서부초등학교 중간 뜰에서 주민제안사업, 마을복지계획 등 주민자치사업 선정을 위한 ‘제1회 주민총회’를 개최하여 주민자치회 활동 보고, 제안 의제 발표, 의견수렴, 주민투표를 진행하였다. 안건은 2021년 동지역회의 주민제안사업 선정과 올해 시작하는 주민자치사업, 마을복지계획 사업 선정, 대구시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공모사업 등이며 참석 주민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했다. 주민총회는 개최일 한 달 전 주민등록 기준 인구(9천815명)의 0.5% 이상 참석으로 하며, 연령 제한 없이 참여 가능하다.

2019년 11월 서구 최초의 주민자치회 전환 시범사업으로 출범한 비산2.3동 주민자치회는 그동안 주민자치회 분과위원을 모집, 주민들이 마을에서 하고 싶은 사업을 중심으로 4개 분과를 만들어 주민 총회를 대비해 2개월에 걸친 워크숍 활동을 통해 마을에 필요한 다양한 의제들을 발굴하였다. 이후 분과위원회별로 안건 홍보물도 만들고 개성 있는 발표 계획을 세워 주민총회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였다.

주민자치를 위한 지자체와 지원조직, 그리고 주민의 노력으로는 멀지 않은 경상북도 의성군의 활동이 돋보인다. 마을자치회를 통한 읍면주민자치회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의성군은 ‘행복마을자치사업’으로 읍면리 단위에서부터 주민의 목소리를 모으는 작업을 알뜰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주민행복에서 찾고 이를 위해 마을자치지원센터를 설치하여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의성군 신평면 교안 1리는 작년, 행복마을자치사업으로 출향인과 함께하는 추억의 사진전을 열었고 올해는 이들과 함께 마을잔치를 열 계획이다. 사람도 얼마 살지 않는 동네가 재밌어진다는 참여 주민의 말은 주민자치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심드렁한 마음을 쫀득하게 만든다. 주민이 재미있고, 웃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주민자치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일단 마을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경남 고성군 고성읍과 경북 의성군 안계면 등에서 읍면동장 주민추천제 및 개방형 직위공모가 제시된 이유이다. 더불어 읍면동 주민자치담당자 임기보장과 함께 주민세 환원, 주민참여예산 확대와 내실화 등 재정강화가 뒤따라야 한다.

이와 함께 구체적인 지역사업 연계가 중요하다. 주민자치 중심 공공서비스 활동, 주민자치기반 민관협력, 소규모 도시재생과 공공생활서비스 집약형 도시재생, 자원봉사연계, 주민친화형 주민센터 공간개선 등의 논의가 가능하다.

참고로 주민자치회의 이전 단계인 주민자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3천491곳이 있다. 그중 626개가 주민자치회로 전환되었다. 제도변화를 추동하는 주민자치회 활동을 기대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