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왜 외다리로 서있는가 - 언제나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새들은 왜 외다리로 서있는가 - 언제나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 승인 2020.08.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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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새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다 보니 지금으로부터 약 50여 년 전 중학교 때에 읽었던 이야기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그 때 중학생용 영어 책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한 요리사가 거위 요리를 하다가 다리 한쪽을 몰래 떼어먹고 말았습니다. 주인이 이 거위는 왜 다리 한쪽이 없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요리사는 주인에게 뜰에 있는 거위를 가리켰습니다.

거위는 모두 다리 하나를 품에 숨기고 외다리로만 서있었습니다.

그러자 주인이 거위를 향해 ‘후이이!’ 하고 외쳤습니다.

이에 거위들은 숨기고 있던 다리를 꺼내어 두 다리로 물러섰습니다.

멋쩍어진 요리사가 말했습니다.

“이 거위는 잡을 때에 ‘후이이!’ 하고 외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이 납니다.

그 뒤 주인은 이 요리사에게 어떻게 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평소 충직한 요리사였다면 아마도 눈감아주지 않았을까 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막는 격의 단순한 대답이었지만 너그러운 성품의 주인이라면 웃음으로 받아치우고 분명히 용서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위뿐만 아니고 대개의 새들은 가끔씩 한쪽 다리로 서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래, 강가에서 겨울바람을 맞으면 몹시 추울 거야. 그래서 한쪽 다리를 품속에 감추는 거야. 여름철에도 가끔씩 왜가리들이 외다리로 서 있는 것은 아마도 겨울 습관이 여름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고!’

그런데 얼마 전 박종영 님의 시를 읽고는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스쳐 갔습니다.



긴 새벽을 벗어나서 홀로 강가에 가 보았습니다.// 갖가지 실패한 사연들이/ 옹기종기 고개 내밀며 내밀하게 나를 나무랍니다.// 너무 지나친 욕심으로 살아온 것을/ 잔잔한 파문이 다가와 털어놓으라고 합니다.// 물새의 사냥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너무 많이 배부르면 하늘을 날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외로운 다리를 들고 어느 때나 날개의 균형으로/ 몸무게를 가늠하는 물새의 슬기로움,// 솔솔 지혜가 솟아납니다./ 무언의 교훈이 빈 가슴에 높게 쌓입니다.// 물안개가 고요히 연약한 물새의 다리를 다독입니다.//



즉 물새가 가끔씩 다리를 들어 품에 숨기는 것은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부르면 날아오를 수 없기에 적당히 먹고 밖에 나와 한쪽 다리를 들어 몸의 균형을 가늠해 본다는 해석이었습니다.

새들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내는 시인의 혜안이 놀랍습니다.

욕심 부리지 말고 깨끗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든 새들의 뼈는 통뼈가 아니고 속이 비어있는 대롱뼈라고 합니다. 그래야만 가볍게 하늘을 날아올라 가고 싶은 곳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겠지요.

새들은 모이를 입에서 소화시키지 않고 모이주머니에서 소화시킵니다. 입에서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이가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몸의 앞부분이 더 무거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하여 새들은 모이를 보이는 대로 주워 먹고 소화는 날아가면서 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들의 모이주머니는 닭똥집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매우 두꺼운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들의 똥 속에는 가끔씩 작은 돌멩이가 나옵니다. 두 말할 것도 없이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해 새들이 의도적으로 몇 개씩 주워 먹은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동물들의 여러 행동에서 삶의 지혜를 많이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악어가 냇가 둑 높은 곳에다 알을 낳는 것을 보고 그해 홍수의 양을 짐작할 수 있고, 쥐들이 놀라 어디론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곧 지진이 있을 것임을 짐작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둘레의 여러 사상을 소홀히 보아서는 아니 되는 까닭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나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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