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수 경제칼럼] 정부신뢰의 붕괴, 국가의 위기
[이효수 경제칼럼] 정부신뢰의 붕괴, 국가의 위기
  • 승인 2020.08.2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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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경제학 박사
정부가 신뢰를 상실하면 큰 위기가 초래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거나, 정책 실패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거나, 정부 정책이 국민보다 집권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면, 그 정부는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 특히 정부 정책이 집권세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확산되면, 이것은 단순한 신뢰의 위기를 넘어 신뢰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국민적 신뢰를 상실하면 정부 정책은 정책 효과가 반감되거나 정책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붕괴된 상태에서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국가는 큰 위기에 빠져들게 된다.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야당 대표들이 정부 정책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20일 비대위 회의에서 “질병관리본부의 지침과 통제를 흩트리고 혼선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면서, “국민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며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세력을 현명한 국민이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당 최고위원회에서 “문 대통령은 7월 20일 코로나 종식을 이야기했고, 정부는 8월 초 일부 병원에 코로나 전용 병상을 대폭 감축하도록 했다. 새 임시공휴일을 지정해 연휴를 만들고 외식 공연 쿠폰을 뿌렸다. 대통령과 정부가 치적 홍보에 급급해 의료진과 국민을 무장해제시킨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단순히 야당의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다. 야당 대표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도 이런 비슷한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정책홍보를 위해 정부 통계의 집계 방식을 바꾸려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전세가격이 59주 연속 상승하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전세가격 통계 집계 방식을 변경하는 방안을 갑자기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라고 한다.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통계 집계 방식을 바꾸면, 앞으로 국민들이 정부 정책은 물론 정부 통계마저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사회 현상에 본질적 변화가 일어나서 현재의 통계 집계 방식으로는 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면, 당연히 통계 집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심각한 정책 실패가 일어나고 있는 정책과 관련된 통계 지표를 현재 실시하고 있는 정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도록 통계지표를 갑자기 바꾸면, 정부 통계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현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통계 집계 방식 변경을 시도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득주도형성장정책으로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한 이후 그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대통령은 통계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통계청장을 전격적으로 경질한 일도 있었다. 새로 부임한 통계청장은 소득분배 통계 집계 방식을 바꾸었다.

정부 통계는 정치중립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경제사회현상의 변화로 통계 집계 방식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 판단이나 그 변경은 당연히 정치중립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정부 통계는 국가의 각종 정책 수립에서 매우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정책 효과를 진단하고 정책 문제점을 찾아내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기초적 자료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통계 집계 방식을 함부로 변경하면, 통계에 대한 국민적 신뢰 상실은 물론 정책 수립 및 정책 효과 진단의 자료로도 사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통계 집계 방식을 바꾸면 통계의 단절로 인해 시계열적 분석 및 장기적 추세분석이 어렵게 되어 경제사회문제를 바르게 진단하거나 올바른 정책 수립을 위한 통계적 분석도 어렵게 된다. 통계 집계 방식의 변경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현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정책이 실패하면, 그 정책을 바르게 수정할 생각을 하지 않고 반대로 자신들의 정책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나도록 국가 통계 집계 방식을 바꾸는 일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인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당장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코로나 방역은 질병관리본부를 컨트롤타워로 하여 전문가의 지침과 통제를 따르도록 하고, 정치적 요소가 일체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부 통계는 정치중립적이고 과학적으로 집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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