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갑옷 위에
전흔의 가시들 성기고
속살 깊이에
배어 있는 애화
어떤 의미이길 갈망 하는가
차라리 침묵을 한다
꽃은 꽃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서야할 곳이 있다
햇살 눈부시고
별이 빛나는 곳
바위 부서져
모래알로 태어나는 곳
아득히 먼 고향을
푸른 전사는
그리움에 젖은 채
꿈을 꾼다
- 2002. 2. 월간 『한맥문학』
◇김숙이(金淑伊)= 1948년 대구生. 한맥문학 신인상 당선(02), 천상병문학제 시사문단문학상(04), 대구예술상 문학부문수상(19), 시집 <새는 뭍에서도 꿈을 꾼다>, <괭이밥풀꽃 >, 평론집 <백석 시 연구>.
<해설>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조건이 있으며 이유 없이 일어나는 것이 없다. 인간은 현재의 느낌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그토록 긴 과거에 대한 평가와 미래에 대한 예측을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게 끝낸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매 순간 위험하게 사는 것이다. 매 순간 위험을 감수해야만, 정체하지 않는다. 위험 감내는 개성을 찾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인간은 때론 흔들리고, 방황의 습은 여전히 이 길 저 길로 데리고 다니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자신을 알아가고, 그 앎의 종착점은 비움이다. 세상 속에 살되 세상에 소속되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 처하든지 나 자신을 빈 배처럼 만들어 그에 대응할 수 있다면,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지혜롭게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바라지 말고, 쥐려고 하지 말고, 오면 오고, 가면 갈 것에 연연해하지 말자. 필요한 것은 자연스레 오게 되어 있으니, 물 흐르듯 유유히 부질없는 것들이 흐르게 잡지말자.
지혜로써 가치롭지 않은 것을 버림으로써 자신을 평온의 상태에 이르게 하여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나에게로 가는 길은 은둔과 사념의 동굴을 헤치고 걸어 나와, 만들고 주어지는 삶을 맛있게 경험하며 흰 구름처럼 춤추며 살아가는 것이다. -성군경(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