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교회의 공공성
코로나19와 교회의 공공성
  • 승인 2020.08.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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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 박사
우려하던 코로나 19의 재확산이 현실로 다가왔다. 코로나 19사태로 인한 충격의 체감도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대비 128.5%이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비 134.4%라고 하니,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걱정이다.

이런 우려가 충분히 예상되던 상황에서 8·15 광화문 집회가 강행되었고, 그 중심에는 ‘전광훈’이라는 극우적 목사가 있다.

종교인으로서 마음이 무거운 것은 첫 확산과 재확산의 진원이 종교기관이라는 것이다. 첫 확산의 진원지라고 알려진 신천지는 정통교회에서 이단으로 분류된 집단이다. 그 신천지의 숨겨진 실상이 코로나 19를 통하여 드러났고 결국 교주가 구속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신천지로 인한 코로나19의 첫 확산은 전 국민의 협조와 노력으로 성공적으로 관리되었고 해외에서 소위 K-방역이란 이름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코로나19는 재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조짐은 이미 여러 곳에서 보였지만, 발단은 8·15 광화문 집회였고 그 진원지는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이다. 신천지가 이단이었던 것처럼 전광훈 목사도 소속 교단에서 면직된 사람으로 그가 대표로 있었던 소위 ‘한기총’에는 한국교회 교인 중 3% 정도가 속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가 가져올 여파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첫 확산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수 있다.

우선은 전광훈 목사와 보수 정당인 미래통합당과의 관계로 인한 정치적 공방이다. 상당수의 미래통합당 인사들이 이번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로 인해 여·야간의 정치적인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첫 확산 때에 모든 의료진들이 한 뜻으로 협력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모든 대학병원의 전공의들이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이런 양상은 코로나 19의 재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에 심각한 장애가 될 수 있다.

또 한국교회 대부분의 중요 교단들이 ‘한기총’을 탈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목사들이 이번 광화문 집회에 참여했다. 그들은 전광훈 목사가 공개적으로 ‘하나님, 나한테 까불면 죽어’ 라는 신성 모독적 말에도 개의치 않는다. 또 현 정부가 반기독교적인 정책을 의도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반정부 투쟁에 앞장 선 그를 하나님께서 보내신 선지자로 본다.

이와 같이 신천지로 인한 코로나 19의 확산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한 마음으로 대응하였지만 이번 사랑제일교회로 인한 재 확산에 대해서는 한국교회가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것은 코로나 19의 재 확산 방지를 위한 노력에도 심각한 장애가 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함몰된 교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여러 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일부 교회는 현장 예배를 고집하고 있다. 천주교와 불교, 그리고 대부분의 개신교회가 정부의 방역 방침을 성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이들 교회는 고집스럽게 현장 예배를 고집한다.

실제로 어제 부산에서는 부산의 1천765개의 교회 중 270여개의 교회가 행정명령을 위반하고 현장예배를 강행했다고 한다. 예배에 목숨을 건다는 이들의 신학적 견해나 교인들의 영적 필요를 위한 교회의 진심도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를 맞아 한국 개신교회는 무엇보다도 우리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 공동체의 안녕과 건강을 위한 책임이 무엇인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교회를 비롯한 모든 종교의 존재의 이유는 일차적으로 사회 공동선의 추구에 있다. 이번 코로나 19로 인한 우리 사회의 위기와 관련하여 개신교회는 가톨릭이나 불교와 보조를 맞추어 시민들의 건강과 우리 사회의 안녕이라는 공동선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예배당에 모여 드리는 현장 예배만을 고집하며 정부의 행정명령에 불복하는 것은 결코 합당하지 않다. 오히려 지역 사회를 위해 정부의 방역 방침에 따라 예배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이웃 사랑의 길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종교 기관과 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번 기회에 반사회적인 종교단체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종교의 자유를 더욱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교회는 그 종교의 자유를 개 교회의 세 확장을 위한 기회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교회와 더불어 이웃과 사회 그리고 국가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교회는 상업성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공동선을 추구하는 공동체이며 교회의 활동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로를 위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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