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예산
가장 중요한 예산
  • 승인 2020.08.25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현
사회부장
코로나로 올해 세수감소가 예상되면서 행정기관들은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대구시 역시 올해 대비 내년 예산은 50%를 줄이라며 각 실국에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도 불필요하거나 낭비적인 예산은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하지만 이럴때 일수록 어떤 돈이 시민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줄여서는 안되는 예산인지 정확한 진단과 판단이 필요하다.

2018년 7월, 제1회 대구시민원탁회의가 있었다. 참가시민을 대상으로 민선 7기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시정과제를 설문조사했다. 참석자들은 가장 시급한 시정 혁신 과제로 ‘지역산업구조 혁신’과 ‘대구형 청년보장제 도입’을 꼽았다. 인구유출과 청년인구 감소에 맞서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청년이 머물고 싶은 대구’로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었다. 그 뒤를 이은 것이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어르신이 건강하고 편안한 도시 조성’이었다.

이날 발언한 20대 여학생은 “대학 4학년인데, 친구와 취업에 대해 이야기하면 모두 다 대구가 아닌 서울·부산으로 가려 한다”며 “대구에 계속 살았으나 대구의 산업구조에 대해 무지하다. 대구의 기업 정보를 청년에게 알려주고, 청년이 일하고 싶은 산업구조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월에 나온 2019년 통계청 자료를 보자. 대구를 떠난 20~30대가 2019년 1만2천 명이 넘었다. 전년보다 84.9% 급증했다. 2006년 1만 6천명 이후 최다였다. 전국 특별·광역시도 17곳 중에선 경남의 1만 2천여명 다음으로 많았다. 대부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일자리와 교육 때문이다. 대구의 임금 수준은 특별·광역시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2018년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외침이 있었지만 여전히 청년들은 대구를 떠나야 살수 있다고 절규하는 것 같다.

대구시의 2018년 청년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출향 청년 200명 중 42%는 귀향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25~29세 사이 젊은 층의 귀향 의지가 가장 높았고 여성보다는 남성이, 기혼보다는 미혼이 더 많이 귀향을 원했다.

대구시는 올해 예산 1억9천만원을 들여 ‘청년 귀환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했다. 대상은 전국의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이지만 주로 수도권으로 간 출향 청년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의 하나로 대구시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출향청년을 모집해 2~ 5일간 대구기행을 하면서 우리지역을 재발견하고 귀환의향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자유도시대구 대프리구 취업편’이라는 다소 기억하기 힘든 제목이긴 하지만 참가 청년들은 대 만족했다고 한다. 대구에 어떤 기업들이 있는지 처음 알았고, 대구의 거리 거리에 어떤 독립운동가, 문인, 경제인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것이다. 공기업 취업 담당자들과 몇시간씩 토론하며 어떻게 취업을 준비해야 할지 알았다고 한다.

청년보장제, 청년희망프로젝트 등 청년정책의 종류도 많다. 이가운데 ‘일 경험 지원정책’은 총 8개 사업 120억 원 규모로 미취업청년 1천800명에게 다양한 일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원활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취업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2015년 2월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구성된 청년위원회와 청년온(ON)은 현재 100명의 청년이 모이는 청년정책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청년 정책을 추진하면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사회진입과 원활한 생애이행을 위해 희망사다리가 간절히 필요한 청년들에게 맞춤형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청년보장제 시행계획을 마련했다”며 “대구형 청년보장제 시행계획의 차질 없는 추진과 도시의 정주여건 개선을 통해 청년 순유출을 줄이고 청년희망 도시공동체 대구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이 쓰일 곳은 많다. 도로도 놔야하고 문화에도 돈이 필요하고 어려운 사람도 도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없는 예산을 어디에 투입하는 것이 가장 대구에 효과적일까. 예산 절감이 과감하게 진행된다면 막 시작한 청년정책의 맥이 끊기고 대구로 오려던 청년들이 발길을 돌릴까 두렵다. 아이를 많이 낳아서 인구를 늘리자고 젊은이들을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대구를 떠나는 청년들을 붙잡는 것이 더 가깝고 쉬운 일이 아닐까. 그들이 돌아오면 도시의 문화도, 경제도, 교육도 살아날 수 있다. 대구시 김요한 청년정책과장은 예산절감 계획서를 보고 밤잠을 못 이룬다고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